"세계 에너지 최빈국에 속하는 한국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석유와 가스 등 자원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규모를 대폭 늘린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연평균 3000억원 수준이었던 해외 자원개발 투자규모를 앞으로 5년간 연평균 1조4000억원,모두 7조1118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황 사장은 우선 "떠오르는 경제강국 중국과 인도가 세계 석유시장에서 싹쓸이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두툼해진 주머니를 무기 삼아 각국의 에너지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인도도 상상을 초월하는 광구 인수금액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것. 황 사장은 또한 "유가가 오르자 러시아가 외국 자본에 대해 유전광구 접근통로를 좁히고 있듯이 후발 산유국들도 언제 문을 닫아 걸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후발 산유국들이 외국 자본을 불러들여 유전을 개발하려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점은 우리에겐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이런 점을 감안해 향후 주 투자대상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캄차카반도 등 극동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으로 삼고 있다. 황 사장은 "이 지역에 대한 효율적 공략방법은 한국전력 등 국내 공기업,건설회사와 같은 민간기업과 동반 진출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의 경우 석유공사가 제시한 금액은 높지 않았지만 한전이 현지 발전소 건설에 긍정적 검토를 제안함에 따라 유전 광구를 낙찰받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황 사장은 "이 지역 광구가 개발돼 원유가 도입되면 중동 의존도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공사는 단기간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투자의 방향을 탐사 위주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광구의 매입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황 사장은 "지금까지 외부자금을 거의 쓰지 않았지만 5년간 2조5000억원가량을 차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며 "이를 위해 무디스 S&P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신용평가까지 받아 놨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황 사장은 "공기업은 공공성도 추구해야 하지만 이윤도 극대화해야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는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관리부문의 인력을 슬림화하고 사업부문으로 전진배치하겠다는 경영혁신 방침도 밝혔다. 황 사장은 1968년 SK㈜(당시 유공)에 입사,부회장까지 지낸 '석유 전문가'로 지난해 11월 석유공사 지휘봉을 잡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