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에 전문 경영인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자금력이 풍부한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직접 경영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 들어서는 은행권은 물론 보험 증권 회계법인 등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들이 저축은행의 대표이사직을 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109개(매각이 진행 중인 예가람은 제외) 저축은행 가운데 전문경영인 체제를 운영 중인 곳은 모두 합쳐 63개사로,대주주나 대주주의 친인척이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45개사)보다 많다. 모두 25개사가 영업 중인 서울에서는 스카이 민국 솔로몬 등 3개 저축은행을 제외한 22개사 모두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11개 저축은행 가운데 10개사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출자자 대출 등 과거의 불법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고객들에게 참신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전문경영인을 모셔 오자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며 "고객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천 한서저축은행은 김재우 전 교보생명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서울 현대스위스의 유문철 사장도 대신증권 서울캐피탈홀딩스 등에서 기업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일하다가 2002년 현직으로 옮겼다. 부산 동광저축은행의 이창식 사장은 조흥은행의 해외법인장과 부산지역 본부장을 거쳤고,서울 한신저축은행의 박내순 사장도 조흥은행 출신이다. 광주 대한저축은행 이장홍 사장은 삼일회계법인 검사부장을 역임했다. 대주주가 직접 경영하는 곳도 전문경영인 체제 못지않은 전문성으로 무장한 저축은행들이 늘고 있다. 민국저축은행의 양현근 사장은 서울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경제분석실에서 거시경제 및 기업 컨설팅 프로젝트를 맡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 금융인을 CEO로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업황이 예전과 달리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축은행 업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