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시인 이동순씨(56·영남대 국문과 교수)가 신작시집 '마음의 사막'(문학동네)을 펴냈다. 시인이 5년간 몽골과 쿠차,타클라마칸 등 실크로드를 원정하며 겪은 체험을 진솔한 시어로 엮어냈다. 시인의 눈에 비친 실크로드는 쓸쓸함과 황량함,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뜨거운 에너지가 공존하는 곳이다. '시안에서 출발하여 줄곧 달려온/ 쓸쓸한 서역 길/ 그 아득함은 여기 타클라마칸에 이르러/ 인간의 모든 알량한 세속적 명리와 이욕과 구별 따위를/ 고철처럼 마구 두들기고 뭉쳐/ 펄펄 끓는 제 가슴에 집어넣고 단숨에 녹여서/ 새로 빚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그 용광로가 바로 타클라마칸이라는 생각을 한다/ 타클라마칸은 일 년 내내/ 불타는 심장으로 저 혼자 뒤척인다.' ('타클라마칸' 중) 이 속에서 시인이 꿈꾸는 삶에 대한 단초가 살짝 드러나 보인다. '말젖을 짜서/ 마른 목 축이고/ 말젖에 침 뱉어서 술을 빚고/ 그 술 마시고 취해/ 말 등에서 앞뒤로 흔들거리며/ 말 노래 부른다/ 그러다가 다시 흥이 일면/ 말 머리 조각한 마두금 들고 나와/ 악기 연주하며/ 밤 꼬박 지새우는데….' ('담백한 삶' 중) 1~3부에서 광막한 사막의 비밀을 들춰낸 시인은 4부에서 일상의 현실로 돌아와 원추리꽃,수련,두엄더미,삽살개 등 낯익고 토속적인 것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살아가는 일이 몹시 지치고 힘들지만 우리는 터벅터벅 한 마리 낙타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저 사막을 기어이 건너가야만 합니다. 내 마음 속의 사막을 건너가는 일은 모든 인간에게 맡겨진 숙명입니다. 이 작은 책이 한 모금의 생수처럼 갈증을 달래주고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