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무역업체 부장으로 근무하며 연봉 6000만원을 받는 김진경씨(40)는 지난해 여름 결단을 내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초등학교 4학년생 딸을 유학 보낸 것.김씨는 "현지 생활비와 교육비용을 합해 연간 3000만원이 들어가지만 아이가 장래에 영어 때문에 고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기유학을 보내게 됐다"며 "2~3년 정도 공부시킨 후 한국으로 다시 불러들여 특수목적고에 진학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영어교육 열풍이 거세지면서 초등학생의 조기유학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교육개발원이 3일 발표한 2004학년도 초·중·고생 유학 출국자 현황에서 잘 드러난다. 초등학생 유학 출국자는 1998학년도 212명에서 2004학년도 6276명으로 30배 늘어났다. 유학 출국자는 이민이나 부모의 해외 발령 등으로 부모를 따라 해외로 나간 학생들을 제외한 수치로,6개월 이상 해외 교육기관에서 공부한 학생을 집계한 것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대학을 모두 거쳐 현지에서 직장을 잡고 생활하려는 유학생은 소수에 그친다. 이보다는 1~3년간 공부한 후 귀국,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려는 '회귀성 유학생'이 많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한국에서 졸업해야 국내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학맥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YBM유학개발원 복현규 원장은 "미국 현지 명문사립고와 명문대학 진학을 노리고 장기 유학에 나서는 것은 '천재' 소리를 듣는 일부 최상위권 학생 정도"라며 "조기 유학생의 대부분은 외국어에 익숙해지면 한국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어 실력을 인정받아 대원외국어고 민족사관고 등 특목고에 입학하면 해외 명문 사립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며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진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의 '회귀' 현상은 한국교육개발원의 귀국학생 현황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4학년도에 해외에서 돌아온 초등학생은 9676명.이는 고등학생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 귀국 학생 1만4963명의 절반을 넘으며 유학 목적으로 한국을 떠난 초등학생 6276명보다 많은 숫자다. 유학자의 상당수가 초등학교 때 해외로 나갔다가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 다시 귀국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교육개발원이 조기유학을 경험한 학부모 313명과 초·중생 343명을 대상으로 조사,지난해 12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조기유학 비용은 연 평균 2만4000달러이며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8%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를 조기유학 보낸 학부모들은 고학력자이며 대체로 부유했다. 조기유학자 아버지의 97.3%,어머니의 90.3%가 4년제 대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64.1%에 해당하는 가정의 월 수입이 500만원을 넘었다. 조기유학을 간 학생들의 51.7%가 귀국 후를 대비해 과외(39.2%)를 받거나 학원(14.4%)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기유학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경험 학부모 중 51.2%는 '조기유학이 학생의 장래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48.8%는 '그렇지 않다'거나 '잘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