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란 < 가람감정평가법인 이사 srcha@cvnet.co.kr > 아침에 눈을 뜨니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새해를 맞아 안부 인사차 걸려온 옛 친구와의 정겨운 통화가 그것이었다. 그 친구는 20년 전 미국 유학길에 오른 후 그 곳에서 오랫동안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해내고 현재는 개인사업의 형태로 적절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서로 바빠 연락이 어려웠는데 몇 년 전부터 때가 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전화를 걸곤 한다. 그 때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주변의 잡다한 이야기부터 미국에서 보는 한국의 경제 현안,정치적 화두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옛날엔 갖지 못했던 깊은 신뢰와 인간적 온정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 친구의 경우 멀리 떨어져 자주 볼 수 없다는 요소가 애틋함을 더해 아침에 눈 뜨자마자 생각나는 친구가 됐는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 친구와의 우정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 모두는 사회 속에서 크나 작으나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하루 일과 중 사람 만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기업에 속한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조찬모임,사무실의 간부회의,부서회의,거래처회의 등과 저녁까지 이어지는 학교 동창회,동문회,각종 사회단체의 모임 등에 참여하며 명함을 주고받게 된다. 이후 때로는 가깝고 때로는 멀리 일과 얽히기도 하고,공동가치를 위해 토론도 하면서 소모임으로 발전되는 동안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기쁨과 신뢰의 연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상대방의 태도에 대한 분노나 실망감으로 연락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 애써 공자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네 인생이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돌아가게 돼 있는 것이라면,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인간과의 부딪침을 통한 상호 이해과정 속에서 얻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의 만남도 소중하게 여겨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앞서 이해하고 먼저 연락하는 작은 노력이 중요하다 싶다. 다시 새해를 맞아 나 역시 그동안 소원했던 주위 어른이나 동료,선·후배들에게 먼저 안부를 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럼으로써 내가 누군가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한 삶의 의미가 어디 있을까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