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는 '한지붕세가족'과 '전원일기'를 시청하면서 자랐다. 요즘 젊은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는 '논스톱'과 외국드라마 '프랜즈'와 '섹스 앤 더 시티'등이다.


이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제목이 한쪽은 모두 한글이고 다른 쪽은 다 영어라는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내용면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드라마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지붕세가족'과 '전원일기'는 가족의 얘기를 다뤘다. 가족 내 에피소드와 애환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끌어갔다. 반면 '논스톱' 등에선 아예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다.


부모와 관련된 얘기는 친구들과의 잡담 속에 스쳐지나는 화젯거리일 뿐이다. 어쩌다 등장하는 가족도 함께 공존하는 울타리라기보다는 넘어야할 벽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풍요로운 성장기와 사회진입기 청년실업 대란이라는 양극단을 경험한 2635세대는 회사와 같은 사회조직은 물론 가정,심지어 배우자까지도 철저하게 실리적 타산적으로 보는 인생관을 터득했다"고 진단했다. 이들이 혼전동거를 선호하거나 싱글을 즐기거나 하는 것도 윤리적인 측면에서 해석하기보다는 전분야에 걸쳐 서구식 계약사회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


◆가족관도 실리적으로 변해


한경-중앙리서치 공동 설문조사에서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가'라는 질문에 2635세대는 50%가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기성 세대(34%)는 물론 386세대(37.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처럼 2635세대에게 가족의 중요성은 상대적이다. 정신적인 유대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신세대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로 와 닿는가. 경제적인 측면에선 가족의 의미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 연구소 이세진 박사는 "각종 조사에 따르면 IMF사태 이후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가족주의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며 "신세대들의 경우 옛날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는 정서는 줄어든 반면 세상에 대한 방패막이로서의 의미를 강하게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지표에서도 이런 경향은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2005년 11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대 가구의 근로 소득이 1년 전에 비해 6% 증가하는 동안 주로 부모들이 보내준 생활보조금인 이전 소득은 29.3% 늘어나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작년 말 통계청 발표에서도 25~29세 남성 비경제활동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어서는 한편 경제활동 참가율은 처음으로 80% 밑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기성 세대와 신세대 간 자산소득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져 있는 데다 부모 세대가 고연봉 직장에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노후 자금을 마련해놓은 반면 자식 세대는 '청년실업 대란'으로 방황하는 세대 간 양극화 경제구조에서도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권업 계명대 교수는 "기성 세대가 노조활동 등으로 세대 간 진입 장벽을 높이면서 신세대들이 '캥거루족' 등으로 불리는 기생 세대로 전락한 감도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결혼할 때 경제력 더 따져


가족에 있어 경제적 측면이 중요해지는 추세는 배우자 선택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인 배우자를 고르면서 경제력에 대한 우선순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경-중앙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635세대의 70%가 '배우자를 고를 때 경제력을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남성의 경우도 배우자의 경제력을 중요하게 생각해 79.9%의 남성이 배우자가 결혼 후에도 맞벌이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녀 할 것없이 배우자의 조건을 중요시하면서 소득과 학력 등 이른바 사회적 배경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짝짓기를 하는 '동질혼'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강남고교 출신 남성의 83.9%가 같은 강남출신 여성을 배우자로 맞고 싶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윤석 교수는 "가족관 결혼관이 이런 세대에게 조직 즉 회사 등이 애사심이나 평생직장관을 요구하는 것은 난센스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 현대판 유목민들이 한국사회 전반을 계약사회,수평적 전문적 역할분담사회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