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전문업체 ㈜리앤코시스템이 명동에서 운영하는 퓨전 누들바(noodle bar) '호면당'.여느 레스토랑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곳은 현재 플로리스트 문현선씨(34)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다.


원목 소재 테이블 사이와 벽쪽으로 다양한 꽃과 식물을 이용한 30점의 작품이 진열돼 있다.


동서양이 뒤섞인 듯한 고전적인 인테리어 속에 튀지 않게 전시된 꽃들은 편안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던 손님들은 작품명과 간단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을 들여다 보며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꽃 전시회를 구경하는 셈이다.


점심식사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들렀다는 이기욱씨(32)는 "화려한 장식 대신 꽃들이 레스토랑을 꾸미고 있어 신기하다"며 "마치 자연 속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아 음식맛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호면당의 이영규 지배인(41)도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시도였는데 생각보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식사시간이 아닌 오후 2~6시에도 인근에 쇼핑 나온 주부들이 작품을 보러 들르는 등 고객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진열된 작품들에서는 거의 향기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음식의 향과 맛을 방해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대부분 건화(말린 꽃)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만든 문현선씨는 "열매로 잘 알려진 탱자의 줄기를 흰색으로 표백시킨 소재부터 자연건조한 보리·벼 등 곡식류까지 총 100여 종류의 식물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문씨와 호면당은 우연한 기회에 이 전시회를 기획했다.


문씨의 작품을 눈여겨 보던 호면당 한 단골손님의 소개로 이뤄진 것.분당과 양재동에서 플로리스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던 문씨에게도 새로운 시도였다.


목포 출생으로 목포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한 문씨는 1991년 취미로 꽃을 만지기 시작해 동양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00년 독일에서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자격증을 받았다.


문씨는 "'쾰른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학교'는 7년 이상의 경력(교육 3년,실무경험 4년)을 요구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양성소"라고 설명했다.


졸업 후 플라워숍과 학원 등지에서 일하던 문씨는 방송국 문예장식가로 일하면서 꽃의 세계에 더욱 매료됐다.


각종 음악회와 쇼 프로그램,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등의 꽃 장식을 맡으면서 며칠 밤을 새는 고된 작업 속에서도 꽃과 식물이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을 발견했다.


현재 그는 후배 플로리스트 양성에 매달리고 있다.


꽃의 예술성과 상업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플로리스트에 대한 수요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씨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만을 떠올리던 단계에서 벗어나 분화식물을 이용한 미니정원이나 실내 조경,인테리어 꽃장식 등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플로리스트 과정에는 일반 주부나 직장여성은 물론 의상디자인이나 포장,인테리어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참여한다"며 "꽃과 식물의 활용가치는 점차 보편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씨는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홀에서 '100년간의 신부 부케'라는 주제로 부케 변천사를 보여주는 전시회도 갖는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