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젊은이들의 취업난을 소재로 한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곡이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더니 최근엔 '현대생활백수'라는 코너가 '개그콘서트'의 간판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나 '사(死)학년(졸업을 앞둔 4학년을 빗댄 말)' 등은 아예 상용어 반열에 올랐다.



청년 실업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선다.


장기적으론 사회계층 간 갈등이 커지고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는 '국가적 재앙'이 불가피하다.


참여정부가 청년 실업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2000년 월평균 487만9000명에서 △2001년 481만5000명 △2002년 479만9000명 △2003년 460만6000명 △2004년 457만8000명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다 작년 11월에는 430만명대로 가라앉았다.


이로 인해 청년층 취업률(해당 연령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네덜란드(2004년 기준·66.2%) 영국(60.1%) 호주(59.4%) 캐나다(58.1%) 미국(53.9%)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전체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 간 격차도 크다.


2004년 기준으로 한국은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2.24배에 달해 독일(1.23배) 네덜란드(1.74배) 캐나다(1.86배) 일본(2.02배) 호주(2.13배) 등 OECD 주요 회원국보다 높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젊은이들이 만족할 만한 일자리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얘기다.


청년층 실업률(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대로 OECD 주요국에 비해 낮은 편이긴 하지만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해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구직단념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업률 자체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청년 실업은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양희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실업 고착화는 전반적인 인적자본의 훼손을 초래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청년기에 3∼4년 일할 기회를 잡지 못하면 그 이후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사회 전체적인 지식 전달체계도 끊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수십년 쌓아온 '성장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사장되는 셈이다.


정부도 이런 청년 실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약삭빠른 업자들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감사원이 지난해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는 아르바이트 서빙요원을 고용한 외식업체에 3억원이 지원되거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청년 실업자를 인턴으로 채용한 업체가 기존 근로자를 대량 해고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적발되기도 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해 "쉽고 효과 좋은 방법은 제쳐두고 일부러 빙빙 돌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게 청년 실업 해소의 첫 걸음인데 엉뚱한 곳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수 국민대 교수(경영학)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기업가에게 기업할 마음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며 "고시 열풍과 이공계 기피현상,의과대학에 대한 절대적 선호 등은 현재 한국에 기업가 정신이 죽어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무역학)도 "성장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와 경직된 노동환경 등을 해결하는 게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근본 처방"이라며 "아울러 직업소개센터와 훈련기관의 활성화를 통해 청년 백수들의 직업 탐색기간을 줄여주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