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환율급락 여파가 경제계를 강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올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토대로 사업 계획을 짜긴 했지만 최근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게 나타나자 적지 않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경우 저환율로 곤욕을 치렀던 지난해 초의 '악몽'이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경상 비용을 줄이고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을 만회할 만한 근본적인 방안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수출업계 '빅3'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시점에서 환율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자 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달러당 환율을 950∼980원으로 설정했지만 경우에 따라 기준 환율을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달러당 900원대 환율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너무 빨리 왔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화 가치가 달러당 100원 절상되면 2조원,LG전자는 4000억원 상당의 영업 이익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사업 구조여서 심각성이 더하다.

올해 기준 환율을 1030원으로 맞춘 대우조선해양처럼 올해 평균 환율을 1000원 선으로 내다보고 있던 기업들은 아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많은 수주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여서 당장 큰 타격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달러=1000원'을 '생존 마지노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소 수출업계는 환율이 자칫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달러당 900원 수준으로 떨어지면 업계 전체가 고사할 공산이 크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달러화 자산 줄여라'

업계는 최근의 환율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당 900원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경상 예산을 지난해보다 30% 줄인 가운데 거래통화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환율 변동에 대비해 사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금융관리위원회를 구성,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과 헤징(환리스크 제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달러화 채권은 가능하면 빨리 팔고 부품매입 통화는 달러화로 가져가는 등 달러화 자산을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일훈.이건호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