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에 따른 파문이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정말 걱정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초청해 갖기로 했던 만찬 간담회마저 무산됐다. 외견상 여당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모양새이지만 따지고 보면 청와대와 여당의 갈등이 이미 도를 넘어선 지경까지 와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솔직히 유 의원의 복지장관 내정은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인 만큼 왈가왈부(曰可曰否)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유 의원의 기용을 둘러싸고 국정 운영의 두 축인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는 이미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이 패인 것 같다.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여당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고, 지도부가 청와대 만찬회동에 불참키로 한 것 자체가 전례없는 일이다. 그만큼 불만의 강도가 높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갈수록 정국(政局)이 꼬여가고 있는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하고 있는 유 의원을 '보란듯이' 밀어붙임으로써 당·청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벌써부터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와 함께 여당과 청와대 간의 결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불안이 결국 경제에 심각한 주름살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이번 '유시민 파문'은 아직 장외(場外)에 머물고 있는 한나라당의 원내복귀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올해 예산안이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인한 반쪽국회에서 제대로 심의를 거치지 못하고 통과된 것만으로도 한심스런 일인데,이번 일이 또다시 국회 장기 파행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시급한 민생법안 심의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런 혼란이 국정을 책임진 여당과 청와대의 갈등에서 상당 부분 비롯되고 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때이른 개헌논의까지 불거지면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이 많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정치가 불안하면 경제는 일순간에 무너진다. 보다 성숙된 정치력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