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손에 넣은 여세를 몰아 1523년 과테말라로 남하한 페드로 데 알바라도 장군은 스페인 '콩키스타도르(Conquistador·정복자)' 지휘관 중에서도 가장 잔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콩키스타도르들이 중남미 곳곳에 스페인 식민지 깃발을 꽂았던 16∼17세기,알바라도 장군의 기마대는 고작 수백 명에 불과한 병력으로 긴 창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토착 인디오들을 몰아붙였다.


당시 인디오들은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 영토 싸움에 진을 빼 버린 지 오래라 자기 방어력이 없었다.


천재적인 천문학과 수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선조 마야인의 영광이 무색했다.


과테말라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식민지를 거친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당시 헤게모니 쟁탈전의 그림자가 가장 짙게 남아 있는 나라다.


인접국에서 혼혈이 다수로 부상한 것과 달리 이 나라에서는 백인과 인디오가 인구의 절반씩을 차지하며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과테말라 산악 지형이 수백년간 서로를 격리시킨 탓이다.


마야의 후손들은 백인 이민자들이 도시 문명을 일으키는 동안 산 속에 칩거하며 가내 수공업과 농사로 연명했다.


이런 역사를 힘겹게 헤쳐 온 인디오 곁을 하루도 떠나지 않은 게 바로 또르띠야다. 이리스 데 살라사르 주한 과테말라 대사 부인은 서울 인사동 관저에서 직접 또르띠야를 굽기 위해 앞치마를 둘렀다.


또르띠야는 옥수수로 만든 인디오들의 전통 주식이다. 옥수수 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든 후 밀대로 밀지 않고 손으로 두들겨 펴서 모양을 만든다.


살라사르 대사 부인은 "일부 인디오들은 옛날 방식대로 '코말'이라는 진흙 화덕에 또르띠야를 굽는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또르띠예리아(또르띠야 집)'에서 사다 먹는다고 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과테말라에선 또르띠야를 만들 줄 알아야 진짜 여자다"라고 하더니 "실은 나도 한국에 와서야 만드는 법을 제대로 익혔다"고 고백했다.


"그럼 이제서야 여자가 된 건가"라고 묻자 깔깔거리며 웃는다.


과테말라 토착 식단은 거칠다.


또르띠야 외에 '프리홀'을 갈아 구워낸 검은콩 떡과 아보카도를 간 '아구아카테'가 밥 대신이다.


여기에 고기와 야채를 얼마나 다채롭게 추가해 먹느냐가 부의 척도가 된다.


살라사르 여사가 해 준 음식은 '칠라킬레스'다.


코말 대신 가스 레인지와 팬으로 구운 또르띠야 위에 잘게 찢은 닭고기 가슴살과 다진 양파,마늘,토마토,피망을 올리고 반을 접은 후 계란옷을 입혀 튀긴다.


그 위에 토마토 소스를 듬뿍 끼얹어 먹는데 침샘을 자극할 만큼 적당히 매콤했다.


살라사르 여사는 "다음 번 고향에 갈 때 또 가져오면 된다"며 한국에선 구할 수 없는 과테말라산 로사 데 하마이카(자메이카의 장미) 차를 함께 내줬다.


말린 장미 꽃잎에 설탕을 넣고 우려낸 물이다. 향과 맛이 오미자 차와 비슷했다.


살라사르 여사는 세 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다.


건네 주는 조리법에 양과 조리 시간이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아 다시 자세히 써 달라고 했더니 웬걸,우리 어감을 살려 통역하자면 "그런 걸 어떻게 써.그냥 적당량을 넣으면 되지"라는 빠른 스페인어가 돌아왔다.


식사가 끝날 무렵 라파엘 살라사르 대사가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들어왔다.


살라사르 대사는 외교부 차관까지 지낸 원로이지만 과테말라 관계에는 은퇴라는 것이 없어 이렇게 먼 타향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노부부는 부인이 출근길 남편에게 도시락을 싸 주지 않으면 남편이 집에 들러 점심을 함께하며 서로를 토닥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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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라낄레스 만들려면 ]


◆재료(8조각 기준)


-옥수수 또르띠야 8장,닭고기 가슴살 1㎏,토마토 6개,양파 큰 것 1개,마늘 큰 것 3조각,피망 1개,계란 4개,식용유,소금,후추(닭고기는 익힌 후 잘게 찢고 나머지 재료는 다져 놓는다)


-토마토 소스:토마토,양파,마늘,피망,후추,소금을 끓여 걸러낸다



◆만들기


①익혀서 잘게 찢은 닭고기와 다진 토마토,양파,마늘,피망을 팬에 함께 볶은 후 뭉쳐서 속을 만든다. 소금 후추로 간한다.


②또르띠야에 속을 듬뿍 얹고 반을 접는다.


③계란 흰자를 잘 저어 거품이 일면 노른자를 넣고 잘 섞는다.


④반을 접은 또르띠야에 계란옷을 입힌 후 팬에 충분한 기름을 두르고 튀겨질 정도로 굽는다. 한 쪽 면이 익으면 뒤집는다.


⑤토마토 소스를 끼얹고 밥과 함께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