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삽살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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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회 <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
개는 참으로 무던한 동물인 것 같다.
온갖 구박을 해도 사람 곁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
늑대처럼 생긴 개의 조상들이 최소 10만년 전에 사람의 따뜻한 애정과 먹이를 얻기 위해 사육권 아래 들어왔다고 하니 이때부터 사람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상통해 온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개 따라가면 측간 간다' '개 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안된다' 등 개를 나쁘게 비유하기도 하고,개살구ㆍ개똥참외ㆍ개망나니ㆍ개머루ㆍ개백정 등 본래보다 못한 것을 지칭할 때 꼭 개의 이름을 덧붙여 표현하기도 한다.
'사흘만 기르면 주인을 알아본다'라거나 자기 자식을 가리켜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는 것은 그나마 좋은 비유에 속한다.
대부분은 어리석은 사람,비천한 것 혹은 더러운 것,쓸데없는 짓 등 좋지 않은 것들을 표현할 때 비유적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사실 개는 예로부터 살아서 집을 지키고 죽어서 몸을 바치는 희생정신을 발휘해 온 참으로 고마운 동물이다.
명나라 때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을 보면 개는 타고난 책임감과 집중력 그리고 헌신으로 각기 능력에 따라 사냥에 탁월한 개는 전견(田犬)으로,수호에 탁월한 개는 폐견(吠犬)으로,식량을 제공하는 헌신적인 개는 식견(食犬)으로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불안한 징조를 미리 예견하는 상서로운 존재로 간주되어 개의 그림을 그려 붙여놓는 것만으로도 도둑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겨지기도 하였다.
삽살개라는 이름도 삽(없애다 또는 쫓는다),살(귀신,액운)에서 나왔으니 그 말 자체가 바로 귀신 쫓는 개라는 뜻이다.
신라에서부터 당나라까지 평생을 따라다니며 김교각 스님 곁에서 수행을 도왔던 흰 삽살개는 지금도 중국 민족의 성지인 안휘성 합비시 남쪽의 구화산을 지키는 영물로 여겨지고 있다.
술에 취한 성원이라는 선비를 들불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강물에 몸을 적셔 불을 끄다 죽었다는 전라도 임실 오수 지역의 오수개 얘기는 개의 충성스러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설화다.
이쯤 되면 사람들 간에 행동이 못난 사람을 가리켜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꾸짖는 말도 개의 천박함을 말한다기보다는 개의 인격성을 인정하는 '만인지하 만수지상(萬人之下 萬獸之上)'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병술(丙戌)년 개의 해다.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봉사하는 개의 헌신과 충직성을 본받아 나라의 내우외환을 없애는 '삽살의 해'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무엇보다도 생명과학 분야의 예기치 않은 사태 발생으로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가 미증유의 위기 상태로 빠질 위험에 처했다.
어느 때보다도 전 국민의 결집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