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주택대출 때문에 고객을 다 빼앗기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 3개 은행이 취급하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인기몰이를 하자 다른 은행 가계대출 담당자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생애최초대출은 발매 2개월 만에 97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모든 금융회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모기지론)이 같은 기간 3000억원어치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생애최초 대출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출수요가 폭발하면서 작년 말에는 정부 기금이 바닥나 대출이 중단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정부는 새해 들어 부랴부랴 1조4000억원의 기금을 증액함으로써 대출중단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금융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인기상품을 3개 은행만 취급함으로써 잠재고객을 독식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서민지원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 중산층을 위한 특혜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대출자격 요건을 너무 완화한데서 비롯됐다. 생애최초대출의 자격요건은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이지만 연소득을 계산할 때 상여금ㆍ성과급은 물론 각종 수당 교통비 식대 등은 제외된다. 국내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통상 '기본급+상여금(600~800%)'으로 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연봉 8000만원대의 고소득 계층들도 자격요건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다. 차주 1명의 소득만 계산하므로 맞벌이 부부는 합산 연소득이 1억원이 넘어도 저리자금을 빌려 쓸 수 있게 된다. 생애최초대출은 정부가 '8ㆍ31종합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나왔다. 기존의 아파트담보대출은 엄격히 규제하는 반면 집 없는 서러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정부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저리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대출자격의 '허점'으로 인해 고소득층까지 몰리고 있어 이번에 증액된 1조4000억원의 기금도 언제 바닥 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경우 정작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의 내집마련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계당국의 정책적 보완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장진모 금융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