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중 회장 "어린 자식 이끌고 기부하는 손길에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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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기부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나눔'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는 국민과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지요."
지난 1998년 사회복지 법인으로 설립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세중 회장(71)은 올 겨울이 조금도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연일 이어지는 뜨거운 기부 행렬 속에 지난 4일로 모금액 1223억원을 기록, 목표치(1205억원)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일 캠페인을 시작한 지 33일 만에 이뤄낸 최단기간 목표달성 기록이다.
모금액도 2004년 949억원,2005년 1185억원에 이어 올해는 135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모금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대기업이 거액 기탁 퍼레이드를 벌였다면 개인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성금을 보내온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LG의 100억원 기탁을 시작으로 삼성의 2년 연속 200억 기부,현대·기아차와 SK가 각각 100억원, 국민은행과 포스코가 각각 70억원을 잇따라 기탁해 왔다.
개인들 중에는 초등생들이 고사리손으로 1000원씩 보내온 것을 비롯해 농사 짓는 칠순 할아버지가 용돈을 아껴 모은 15만원을 전달하는 등 익명의 기부가 이어져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허름한 옷차림을 한 50대 후반의 자동차정비업체 사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2000만원을 익명으로 놓고 갔습니다.그런데 꼭 아들을 데리고 오더군요.자식에게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이어받게 하기 위한 것이지요."
이 회장은 이런 정신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희망의 끊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회장은 하지만 개인 기부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개인 기부가 70~80%를 차지하는 데 비해 우리는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기업체 등 법인 기부이지요."
법인 기부가 많게 되면 자칫 준조세적 성격으로 변질되거나 기업의 재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개인 기부가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초창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비롯 경실련과 참여연대 창립 고문 등을 지낸 시민운동 원로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