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발표한 '해외투자 촉진 방안'은 국내 외환시장의 만성적인 달러화 과잉공급 현상을 해소하고 환투기 세력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두 가지 의도를 깔고 있다. 언제든지 강력한 개입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동시에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넘쳐나는 달러화를 나라 밖으로 분산하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이 전반적인 원화 강세(환율 하락)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오전 한때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오후 들어 다시 급락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환투기 세력,꼼짝 마'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원인으로 정부는 '외국 환투기 세력의 공세'를 첫손 꼽고 있다. 시장의 수급 상황과는 무관하게 비정상적으로 환율이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날 열린 환율대책 회의에서 나온 "금융당국에 부여된 권한과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이례적인 메시지도 환투기 세력을 겨냥한 것이다. 여차하면 대규모 직접 개입(달러화 매수)을 단행,'뜨거운 맛'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해외부동산 투자 완전 자유화 이와 함께 정부는 해외부동산투자 활성화를 통해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매물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취득한도를 당장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늘리고 올해 안에는 투자한도를 완전 풀기로 했다. 초호화주택도 거주목적이라는 증빙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관련 규제는 지난해 7월 이미 상당 부분 완화됐었다. 관광비자만으로도 거주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가능해졌고 매입한도도 30만달러에서 50만달러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같은 완화조치에도 불구하고 작년 7월 이후 한은에 신고된 해외부동산 취득건수는 26건(송금액 기준 854만6000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기에다 개인(개인사업자 포함)의 해외직접투자도 한도를 우선 증액(300만달러→1000만달러)한 뒤 연내에 자유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반면 올해 300억달러로 추정되는 국내 기업 및 금융회사의 외화차입은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달러가 해외로 쉽게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주는 대신 들어오는 길목은 좁히겠다는 취지다. ◆정부 대책에 환율 잡힐까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이 외환시장에서 당장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개인들의 해외 직접투자나 부동산 매입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해외부동산 투자는 기껏해야 한 해 1000만달러 수준이다. 그나마 음성적으로 오가던 달러화가 양성화된 것에 불과하다. 미국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이 '거품 논쟁'에 휩싸여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개인의 직접투자 금액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정도는 아니다. 작년 1∼11월 개인(개인사업자 포함)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8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 종결 가능성과 수출 기업의 실적 호전,주식 시장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등 환율을 밑으로 끌어내리는 요인도 산적해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데는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면서도 "이런 정부 대책이 외환시장의 펀더멘털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중·장기적으로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달러화 수요가 어느 정도 생길지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