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기를 맞아 성장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는 취지에서다.


2004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들도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거나 젊은 피를 수혈하는 등 물갈이를 단행했다.


전문가를 발탁하거나 연구개발 인력을 우대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차원의 인사도 두드러졌다.


◆새출발 의지 표현=현대자동차그룹은 부장급 중간간부를 대거 임원(이사대우)으로 승진시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185명의 승진자 가운데 42.2%인 78명이 새로 '별'을 달았으며 이에 따라 부사장과 전무급 가운데 1940년대에 출생한 임원의 상당수가 퇴진했다.


현대차는 미국 중국 인도 동유럽 등 해외생산거점이 늘어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어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가 창립 60주년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음을 감안,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부회장으로,신훈 금호산업 사장을 부회장으로,김완재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키는 등 65명의 사상 최대 규모 '승진 잔치'를 벌였다.


LG그룹은 김반석 LG대산유화 사장을 주력 계열사인 LG화학 사장으로 앉히고 3명의 사장 숫자를 1명으로 줄이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다.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과 박종응 데이콤 사장,이정식 파워콤 사장,신재철 LG CNS 사장 등도 새 의자에 앉았다.


LG전자도 미국 유학 중이던 우남균 사장을 중국 총괄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간판을 교체했다.


실적이 부진한 일부 경영진들을 물갈이한 반면 LG전자 디지털가전(DA)을 총괄하는 이영하 부사장과 재무담당 권영수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성과주의'와 '책임경영'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는 게 LG측의 설명이다.


두산그룹은 새로 계열사에 포함된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 강대룡,김웅범 전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모두 73명의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코오롱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턴어라운드'를 이뤘다는 판단에 따라 한광희 ㈜코오롱 대표이사를 신설되는 중국전략본부 사장에,배영호 코오롱유화 대표이사를 ㈜코오롱 사장에 배치하는 등 새 진용을 갖췄다.


◆글로벌 경영과 R&D 강화=현대자동차는 세계를 겨냥한 영업맨들을 대거 발탁했다.


상무에서 승진한 이한호 전무는 현대차 중국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중국 전문가다.


이사에서 한 단계 올라선 안건희·이수길 상무는 해외영업본부 출신이고,이사로 승진한 이원희 이재록씨도 미국 생산법인과 앨라배마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기아차도 임원 승진자 23명 중 6명(26.1%)이 해외 관련 전문 인력이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조선경기 호황에 따라 설계 생산 부문에서 능력있는 인물을 전진배치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의 한대윤 전무를 부사장으로,현대미포조선 생산총괄담당 김춘곤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67명의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LG그룹은 석유화학 전문가인 LG화학 권승혁 상무를 부사장으로,자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담당하는 LG전자 김성태 상무를 부사장으로 발탁하는 등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승진시켰다.


GS그룹도 신규 사업을 맡아온 김병열 GS칼텍스 사업전략부문장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끌어올려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오너 일가 전진 배치=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맏딸 현아씨(31)가 차장에서 상무보로 2계단 진급해 대한항공의 3세 경영체제 구축에 속도가 붙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의 외아들 원태씨(30)도 최근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GS칼텍스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인 허진수 생산본부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켜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