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남은 2년-이것만은 풀고 가자] (5)부동산정책 각론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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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동산정책의 완결판으로 볼 수 있는 8·31 종합대책의 14개 후속입법이 모두 마무리돼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거래투명화 △불로소득 환수 △투기억제 △서민주거안정 등 8·31대책의 큰 틀이나 방향은 잡혔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균형과 조화가 부족하다"며 "8·31 후속입법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보완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거래 때 실거래가를 정착시키기 위한 관련 조치와 세제 강화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 구제 장치가 미흡하며 민간과 시장의 활력을 회복시켜 부동산 시장이 정상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거래가 정착 위한 후속책 시급
올해부터 집이나 땅을 사고 팔 때 ‘진짜’ 거래가격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실거래가신고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난 90년대 전격 시행된 금융실명제(1993년)나 부동산실명제(1995년)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수십년간 되풀이해 온 잘못된 부동산 거래관행과 이른바 ‘다운계약서’로 상징되는 편법·불법행위를 뿌리뽑아 거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거래가 신고제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공권력에 의한 강제조치여서 예전처럼 가격을 낮춰 허위신고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거래당사자가 스스로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1가구 1주택 비과세제도를 공제제도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거래가격을 신고토록 한 뒤 양도세를 모두 공제해주면 비과세 효과가 유지되면서도 거의 모든 실거래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주현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국민들에게 실거래가 신고를 강요한 뒤 신고내역을 일일이 추적·검증하기 위해 엄청난 행정력을 낭비하는 게 과연 타당한 지 의문”이라며 “거래당사자 스스로 거래내역을 당당하게 신고토록 기반을 마련할 경우 공권력 없이도 투명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분양 아파트도 거래세 낮춰야
정부는 보유세 강화와 실거래가 과세로 늘어나는 세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인간 거래에 한해 취득·등록세율를 올해부터 1% 포인트 낮췄다.
이에 따라 개인이 갖고 있던 기존주택을 사는 사람은 취득·등록세(농특·교육세 포함)를 매입가격(실거래가)의 2.85%만 내면 된다.
하지만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올해부터 입주하는 사람은 법인간 거래로 간주돼 올해에도 여전히 분양가의 4.6%를 내야 한다.
똑같은 가격과 면적인데도 세금차이가 60%를 넘는 셈이다.
이는 기존주택 매입자보다 불이익을 당하는 대상이 전체 거래세 납부자의 70%에 달해 정부 스스로 ‘공평과세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지자체의 거래세 감소 걱정을 감안하더라도 공평한 세금이 매겨지도록 거래세율을 하루 빨리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도세나 보유세제도 마찬가지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거래가 위축되다 보니 최근 새 아파트에 입주한 일시적 2주택자들은 종전주택을 팔고 싶어도 못파는 실정"이라며 "매도시한(현행 1년)을 연장하거나 정부가 이들 주택의 소유권이나 임대권을 사들여 서민 주거복지정책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시장·민간기능 활력회복도
정부가 집값안정과 투기억제를 위해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올해부터 주택공급의 3대 핵심요소인 택지공급과 주택건설·분양,분양가 책정 기능을 사실상 공공부문이 좌지우지하게 됐다.
실제로 △택지는 이미 전체의 60~70%를 공공기관이 공급하고 △여기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원가연동제(분양가 규제)가 적용되며 △공영개발제 시행으로 판교나 송파신도시 등은 공공이 직접 집을 지어 분양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낮추기에만 매달려 민간기능 위축과 공공부문 비대화를 방치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정부는 고유기능인 무주택·저소득계층의 주거복지에 주력하고 중산층 이상은 민간과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한 전문가는 "집값불안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의 수요집중은 집값 때리기보다 강남대체지 확보 쪽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중산층 이상의 주택문제까지 공공이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시장 자정력과 민간역할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