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00억달러 규모의 차세대 DVD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주요 전자업체들의 사활을 건 전쟁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DVD 표준의 하나인 '블루레이(Blu-ray)'기술을 이용한 시제품을 전격 공개하고 오는 4월 본격 시판에 나선다고 발표,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에 뒤질세라 또 다른 기술표준인 'HD-DVD'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 도시바도 같은 시기에 상용제품을 내놓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 총괄 최지성 사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인 'CES 2006'에서 오는 2분기 중 블루레이 기술을 적용한 DVD플레이어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전자업체 중 상용제품 출시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상용제품의 선(先) 출시로 올 연말부터 본격 형성될 차세대 DVD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차세대 DVD시장의 규모를 연간 400억달러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서 'HD-DVD'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도시바도 오는 4월께 차세대 DVD플레이어를 선보이며 맞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차세대 DVD표준을 둘러싼 '블루레이'진영과 'HD-DVD'진영 간의 경쟁이 숨가쁘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차세대 DVD표준을 둘러싼 경쟁은 1970년대 소니와 마쓰시타가 벌인 VTR 표준 경쟁에 이은 제2의 '전자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니가 베타 방식의 VTR 기술을 내놓고도 마쓰시타의 VHS 방식에 밀려 시장 주도권을 잃었듯이 이번 표준 경쟁에서 밀린 업체들은 향후 DVD 시장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진영에 속한 업체들은 이에 따라 올해 CES에서 일제히 시제품을 선보이며 세(勢) 과시에 나섰다.

블루레이 진영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18개 업체가 참가해 블루레이 제품을 출품했으며 HD-DVD 진영에서도 도시바를 비롯한 업체들이 시제품을 선보였다.

차세대 DVD 표준 경쟁에는 세계 주요 PC업체들과 할리우드 영화사도 가세하고 있다.

델 컴퓨터와 휴렛팩커드(HP) 등은 블루레이 표준을,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HD-DVD 표준을 각각 채택했다.

또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와 20세기폭스가 블루레이 표준에 맞춘 콘텐츠를,유니버설스튜디오와 파라마운트는 HD-DVD용 콘텐츠를 속속 내놓고 있다.

'블루레이'는 청색 레이저를 이용해 디스크 표면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차세대 정보저장 기술이다.

HD-DVD(0.6mm)와는 달리 디스크 표면으로부터 0.1mm 하단에 정보를 기록한다.

또 기존 DVD(4.7기가바이트)보다 5배가량 많은 최대 27기가바이트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