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서울 아파트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매매가 동반되지 않는 매도자 일방의 호가 기준이기는 하지만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다 △서울시의 송파신도시 개발시기 연기 요청 △판교신도시 분양시기 임박 등이 겹치면서 일부 단지들의 매도 호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새해 첫 주 강남권 집값을 놓고 중개업소들은 '불안' 쪽에,정부는 '안정' 쪽에 각각 무게를 둔 진단을 내놓고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재건축 완화 기대감 여전


집값 불안의 진원지는 강남 재건축 단지다.


강남구 청담동 한양아파트의 35층 재건축안이 지난해 말 건축 심의를 통과하자 인근의 압구정 현대 등 한강변 아파트 값은 단지별·평형별로 5000만~1억원씩 올랐다.


이어 서울시가 3종 일반주거지역 내 용적률을 210%에서 230%로 상향 조정키로 하면서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한 주 사이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50층 재건축 계획 발표로,강동구 고덕지구는 지구단위계획 확정과 1단지 건축심의 신청 등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 "불안 양상 작년 초 유사"


이에 따라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최근의 시장 움직임이 초고층 재건축과 판교 분양가 2000만원 가능성 등으로 연초부터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해와 흡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치동 E부동산 사장은 "적어도 설연휴 전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호 시간과공간 사장은 "한 쪽에서는 집값을 잡겠다면서 다른 한 쪽에선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나 주택 수급불안 우려를 낳을 만한 상황을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시점(6월) 전에 집을 팔려는 매물이 나올 것인 만큼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섣부른 투자 금물"


이에 대해 정부는 강남권 수급 동향이나 세제·금융 등 주택 시장을 둘러싼 여건으로 볼 때 집값 불안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은 이미 연말 집값에 반영된 만큼 지난해 초와 같은 불안 양상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예컨대 초고층 재건축 기대가 여전한 잠실 5단지 34평형의 경우 집값이 강남 타워팰리스 수준(평당 3000만원)까지 오르더라도 10억2000만원 수준인데 신규 투자자는 현 시세(9억5000만원)에 재건축에 따른 추가 부담금 2억원을 더하면 이미 11억5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한 만큼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판교 분양 시기를 전후로 강남·분당 집값 불안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호하다.


채권 매입액을 감안한 판교 실분양가가 분당 집값보다 낮을 것인 만큼 오히려 주변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건교부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시장 여건에 따라 추가 대책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