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국가보안법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칼럼이 대학 논술고사에 제시문으로 등장했다. 9일 오전 치러진 성균관대 논술고사에서는 `짝퉁'으로 대표되는 모조품 소비현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문화적 함의를 기술하도록 4개의 지문이 제시됐는데 지난달 7일 모 일간지에 실린 송 교수의 칼럼 ``짝퉁시대'에 생각나는 것들'이 지문에 포함됐다. 1년전부터 해당 일간지의 고정필자로 활동하며 2∼3주에 한번씩 글을 기고해온 송 교수는 이 글에서 `짝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지만 이념적 성향은 내비치지는 않았다. 그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정보의 시대는 어떤 의미에서 `짝퉁의 시대'"라며 "우리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이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원형과 그의 숨결마저도 사라지는 황량한 시대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모두 한번 돌이켜볼 때다"라고 강조한다. 송 교수의 칼럼은 다른 제시문들처럼 칼럼 저자 등이 표기되지 않아 수험생들이 글의 출처를 알 수 없게 제시됐다. 성대측은 주제에 상응하는 지문을 찾던 중 송 교수의 글이 난해한 부분과 쉬운 부분을 모두 포함하는 등 당초 의도한 시험문제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제시문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출제위원장을 맡은 이기용 법학과 교수는 "`짝퉁'과 관련해서 논술에 제시할 만한 필자의 칼럼이 있어서 사용했을 뿐 필자의 정치적인 색깔은 생각하지도 문제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2004년 3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다가 같은 해 7월 항소심에서 `북한의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