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헷갈리는 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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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산업자원부 간부들은 "헷갈린다"고 불평이다.
보고 라인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두 명의 장관이 생겼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희범 장관에게도 보고를 해야 하고 새 장관에 내정된 정세균 열린우리당 임시의장 겸 원내대표에게도 보고를 해야 하니 말이다.
예전엔 신임 장관이 결정되면 곧바로 이ㆍ취임식이 치러졌다.
새 장관만 보고 대상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올해부턴 상황이 달라졌다.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입되면서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현직 장관이 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인사청문회가 끝나기까지 한 달 동안은 '한 지붕 두 장관' 시스템이 유지되는 셈이다.
산자부의 한 간부는 "현 장관과 내정자에게 각각 어디까지 보고해야 하고 얼마나 자주 보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물론 청와대가 내정자에게 청문회 준비를 위한 최소한만 보고하라고 했지만 '떠오르는 태양'을 그렇게 대할 수 있느냐는 것.'눈도장 찍기'를 소홀히 할 공무원들도 아니니 새 장관에 대한 보고에 이래저래 신경쓰는 눈치다.
이런 사정은 올초 장관 내정자가 발표된 과학기술부 통일부 노동부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다.
실험적으로 시작된 새 제도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거치고,그 기간동안 장관직 인수인계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그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새로 올 장관은 결재를 할 수 없고 떠나는 장관도 주요 정책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책임주체의 공백'이 한 달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보니 긴박한 사안들은 쌓여만 간다.
더군다나 정치인 출신 장관이 맡아왔던 통일부와 복지부의 현직 장관들은 당으로 바로 복귀해 버려 실권 없는 대행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두 장관 동거기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내정자 발표 전 자체 인사검증을 실시하고,국회도 요청 즉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보완이 없다면 새로운 제도는 '과욕'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극복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