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직접 그려 극장 간판 위에 걸어둔 '상영프로' 포스터, 늘어선 단층 상점 건물의 나무 미닫이, 곳곳에 붙어 있는 반공 표어들….


김수현 작가와 곽영범 PD가 리메이크에 뜻을 모아 20년만에 다시 내놓는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 전남 순천 세트장이 12일 준공식을 겸해 선을 보였다.


'사랑과 야망'은 1986~87년 MBC에서 방영될 당시 그 시간에는 가정마다 물 사용이 줄었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드라마를 통해 톱스타로 올라섰던 차화연은 곧바로 결혼, 연예계에서 전격 은퇴해 팬들에게 두고두고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새로운 세트장은 꼭 20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가 어떤 모습으로 리메이크될 것인가를 짐작케 했다.


1960년대 순천 읍내와 70년대 서울 달동네, 80년대 서울 변두리 번화가로 나뉘어 지어진 세트장은 20년 전 남성훈(박태준 역), 이덕화(박태수 역), 차화연(김미자 역)이 이끌어가던 '사랑과 야망'을 애청했고 지금까지 기억하는 세대에게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만큼 과거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특히 야트막한 산 등성이를 슬레이트 지붕으로 빼곡하게 덮어 제작한 달동네 세트는 진짜 달동네로 착각할 정도.


세트장만 보면 과거 '사랑과 야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극의 흐름이나 시간적 배경, 결말 부분 등은 예전과 조금씩 달라졌다.


우선 20년 전 98회로 방송됐던 분량을 50회로 줄이면서 극의 전개 속도에 탄력을 붙였다.


초반부 20회 분량이 이번에는 10회 분량으로 담긴다.


1958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를 다뤘던 시간적 배경도 20여년이 지난 점을 감안해 1990년대 초반까지로 10년 정도 당겼다.


출연진이 모두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에서 어머니 역의 탤런트 정애리와 행상을 함께 하는 아키코 역이 추가돼 탤런트 김나운이 맡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결말 부분. 곽 PD는 "드라마의 2/3 정도가 지나면 (내용이) 달라진다"며 "우선 이야기가 10년 정도 추가되고 결말의 방향은 정해두었다"고 말했다.


남성훈이 맡았던 박태준을 연기할 탤런트 조민기도 "노년 연기가 있다.


(감독님이) 애증으로 끝나지 않고 화해하는 부분을 그리겠다고 하신다"고 말해 드라마의 마무리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 했다.


1960년대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앞 부분의 기본적인 줄거리와 등장 인물 간의 관계에 변화가 없는 등 예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점은 같지만 출연진이 모두 바뀌고 결말이 수정된다는 점에서 2006년의 '사랑과 야망'은 과거의 향수 위에 변화를 버무리는 셈이다.


곽 PD는 "작품이 상당히 좋아서 다시 해보고 싶었고 이제 촬영이 2주 정도 진행됐다"며 "20년 전에도 반응이 좋았고 이번에도 좋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4일부터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후속으로 방영되며 조민기 외에 미자 역에 한고은, 태수 역에 이훈, 김청이 연기했던 은환 역에 이민영 등이 출연한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