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라면 한 번쯤 가봤을 스타벅스,TV 홈쇼핑의 스타 품목 중 하나로 부상한 스팀 청소기,신선한 야채를 적시에 공급하기로 소문이 난 '총각네 야채 가게'……몇 년째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러한 상품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남보다 한 발 앞서 소비 트렌드를 짚어내고,그에 맞춰 내놓은 상품과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감성 추구'라는 소비 트렌드를 발빠르게 포착해 매장 곳곳에 이를 반영한 것이 스타벅스의 인기 비결이다. 스팀청소기나 유기농 전문점이 히트를 친 것은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 트렌드는 유행이 아니다 소비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유행은 문득 나타나 잠시 동안 맹위를 떨치다 금방 사라지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트렌드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일종의 패턴을 의미한다. 즉 소비 행위나 소비자 심리에서 규칙적이고 일관된 패턴이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소비 트렌드라고 한다. 소비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게 마케팅을 펼친다면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소비자의 행동 방향을 감지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단순히 유행만 좇는다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면 올해에 부각될 소비 트렌드로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2006년에 부각될 소비 트렌드 올해는 지난해에 나타난 몇 가지 중요한 소비 트렌드가 좀더 진화된 형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독일 월드컵 같은 굵직한 이벤트와 관련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라는 사회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도 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 제기된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현이 예상된다. 첫째,월드컵 특수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독일에서 벌어지는 월드컵 경기를 안방에서 생생하게 보여주는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월드컵이나 독일과 관련된 상품들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올해는 신뢰에 대한 보증이 높은 관심을 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하반기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한 진실성 논란은 국민들에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과 혼란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진실성 논란,신뢰성에 대한 의문 제기는 소비자들이 신뢰라는 속성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도록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정보의 신뢰성을 보증해주는 서비스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뢰 있는 기관이 인증한 농산물이 더욱 선호되고,재래 시장보다는 대형 할인점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 새로운 브랜드보다 이미 신뢰를 확보한 기존 유명브랜드 상품이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 셋째,각종 병원균과 바이러스의 위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협이 계속될 전망이다. 수입 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저개발 국가로부터 먹거리 수입이 늘어날 것이며 식자재의 불확실성과 검사,검역의 한계로 인해 먹거리 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위협을 벗어나려는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다양한 상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넷째,고령화 현상이 더욱 진전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버타운,문턱 없는 아파트,홈 오토메이션 등 고령 관련 산업의 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변화는 마케팅 트렌드의 기반 다섯째,올해부터는 1인 미디어 전성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니 홈피 열풍에 이어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블로그 서비스의 전성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블로그를 매개로 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출현도 예상된다. 여섯째,체험 소비에 대한 욕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과 저성장이라는 침체 분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해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받는 즐거움'에서 벗어나 스스로 움직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능동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나타날 전망이다. 또한 이국적 성향을 띤 제품이나 서비스는 남에게 멋지게 보여짐으로써 자기고양(self-enhancement)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곱째,디자인 리더십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 동안 기술적 진화에 포커스를 두고 제품의 첨단성과 기능 향상 추세가 대세를 이뤘다면 이제 디자인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을 것이다. 소비 트렌드를 파악한다고 해서 곧바로 히트 상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를 바탕으로 참신한 상품을 개발하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비로소 히트 상품에 다가갈 수 있다. 미래 트렌드를 읽는 혜안과 함께 적극적인 실행력을 길러야 할 때다. 여준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