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외형적으로는 '평범한 성적'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 LCD 등 주력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매출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15조52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 100억원가량 증가한 2조1400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당초 시장 전망치에 못 미치는 결과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할 까닭이 없는' 실적이라는 평가다. 영업이익 증가폭이 작았지만 순이익은 2004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은 2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TV와 캠코더 등을 파는 디지털미디어(DM) 사업부문의 해외생산 비중이 92%에 이르면서 대부분의 이익 실현이 본사 영업이익이 아닌 영업외 수익(지분법 평가익)으로 잡히는 등 회계 처리 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은 이를 '착시 현상'이라고 표현하면서 "해외 법인의 이익을 합산하면 실제 영업이익 규모는 2조7000억∼2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지난해 4분기에도 반도체와 LCD 실적이 좋았다. 특히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경우 해외를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2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새로운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떠올랐다.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4분기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고용량 제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분기보다 21% 늘어난 1조6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32%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LCD 부문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3분기 이후 지속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전분기 대비 36% 증가한 4000억원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충남 탕정의 7-1라인과 올초 양산을 시작한 7-2라인을 통해 판매 단가가 높은 대형 TV용 LCD 패널을 크게 늘린 덕분이다. 또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눈에 띄는 사업 부문은 디지털미디어다.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해외 생산 비중이 92%로 국내 기준으로는 2000억원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지만 해외 연결 영업이익으로는 2600억원가량의 흑자를 냈다. 이와 함께 휴대폰을 포함한 정보통신 부문은 유럽 시장에서 블루블랙폰Ⅱ(D600) 3G(세대)폰 등 프리미엄 제품이 많이 팔린 데 힘입어 분기 사상 최대인 2720만대를 팔았다. 이로써 지난해 휴대폰 연간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1억대를 돌파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