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제투기자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까지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부분적으로 원유 금 등에 손을 댔던 국제투기자금들이 올 들어서는 개도국 통화를 매입하고 있다.


2004년 이후 달러가치를 받쳐왔던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큰 틀이 흔들림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의 혼란을 겨냥한 투자전략으로 이해된다.


또 예술품 골동품 시장에도 뉴욕 월가의 자금을 중심으로 국제투기자금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주 이후 이런 움직임이 뚜렷하다.


미국의 예술품 중개기관인 아트택틱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 동안 예술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조사대상자의 약 84%에 달했다.


골동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이와 비슷하게 나왔다.


더욱이 지난 1970년대 중반 이후 거래가 거의 끊겼던 북한 채권을 매입하는 국제투기자금과 금융기관들이 늘고 있다.


최근 북한 채권의 가격은 액면가의 5분의 1 수준으로 평상시에 비해 2배 이상 뛰었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한국이 북한 채권을 떠안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투기자금들이 같은 수익률이 기대된다면 '채권→부동산→주식→원유 등 국제상품→개도국 통화→예술품·골동품→북한·이라크 등 미국의 테러 적성국 채권'순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원칙대로 한다면 최근에는 위험이 가장 높은 자산까지 손대고 있는 셈이다.


이는 그만큼 주식 채권 부동산 등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대상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목표수익률을 내기 위해 대안 혹은 대체투자로 개도국통화 골동품 북한채권과 같은 위험이 높은 투자대상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 투자손실이 발생했을 경우다.


국제투기자금들이 원금을 까먹을 정도로 손실이 발생하면 자신들의 고객으로부터 이를 보전하라는 '최후의 통첩'(margin call)을 받게 된다.


만약 이런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면 펀드 형태의 투기자금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퇴출당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투자손실을 보전하는 과정(de-leverage)에 들어간다.


이때 국제금융시장에서 절대적인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신용경색(credit crunch) 현상이 발생되면서 일대 혼란을 겪게 되고 세계경기는 침체국면에 빠지는 것이 관례다.


특히 국제금리의 인상국면과 맞물릴 경우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증폭된다.


대표적인 예가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부도) 당시 미국의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사태다.


최근에는 국제금리가 인상국면이긴 하지만 1998년 당시에 비해 아직까지는 평균금리가 낮아 유동성이 풍족한 상태다.


또 위기반복 시 학습효과로 국제투기자금에 대한 각국 정부와 시장참여자들의 대응능력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올들어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금들이 가장 위험이 높은 자산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내외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방적·선제적 차원에서 정책당국과 시장참여자들로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