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2조원 이상의 초대형 펀드가 탄생하는 등 펀드 대형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적립식투자에 힘입어 펀드로의 유입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다 보유종목의 주가도 치솟아 순자산가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덩치가 커지면 증시 영향력은 높아지지만 운용과 관리상 어려움으로 고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대형 펀드의 신규판매를 중단하고 대체펀드를 내놓는 등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고민 중이다.


◆2조원대 초대형 펀드 등장


미래에셋투신운용이 2003년 12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3억만들기 솔로몬1'펀드의 순자산이 2조원을 돌파했다.


12일 현재 펀드자산은 1조9861억원이지만 주가가 1.0% 오른 13일 기준(미집계)으로는 2조원을 확실히 넘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2조원'이라는 규모도 기록적이지만 펀드자산 증가 속도는 더 놀랍다.


판매를 시작한 지 22개월여 만인 지난해 10월 1조원을 돌파한 뒤 불과 3개월여 만에 2조원대에 오를 만큼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이 회사 권순학 이사는 "'3억만들기 솔로몬'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이 높은 데다 전부 적립식 자금이다 보니 유입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1조원대 대형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3억만들기 좋은기업주식K-1''인디펜던스 주식형1''인디펜던스 주식2' 등이 주인공이다.


또 칸서스의 '하베스트적립식주식1',미래에셋 '3억만들기 인디펜던스',KB자산운용 '광개토주식' 등의 순자산도 9000억원대로 1조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형화는 수익률의 적(?)


펀드가 커지면 증시 영향력도 확대된다.


매수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가 너무 커질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투자종목을 고르기가 힘들어지는 등 운용상 어려움 때문에 펀드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KB자산운용 이원기 사장은 "한국증시 규모에선 펀드가 1조원 선을 넘어서면 장세 대응력이 떨어져 수익률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대형 펀드의 수익률 저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세계 최대 운용회사인 피델리티의 마젤란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펀드평가 이동수 애널리스트는 "마젤란은 고수익을 내며 펀드 규모를 1990년대 말 1000억달러(약 100조원)까지 늘렸지만 2002~2005년 수익률이 주가지수 수준을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에도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마젤란은 환매요청에 시달리며 수탁액이 40%가량 급감하기도 했다.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운용업계


한 운용사 주식본부장은 "대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여전히 높은 데서 보듯 아직 수익률 저하현상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점차 운용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전조치도 속속 강구되고 있다.


펀드 판매를 중단하는 게 대표적이다.


'3억만들기 솔로몬'은 작년 말부터 시작해 지난주까지 은행 10곳,증권 10곳,보험 1곳 등 21개 전 판매사에서 자동이체로 들어오는 기존자금 외 신규가입을 중단시켰다.


대신 대체펀드인 '솔로몬 플래너 주식형투자신탁 G-1'을 지난 11일 새로 선보였다.


또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소형주 전문의 '유리스몰뷰티'와 '세이고배당''신영밸류고배당' 펀드 등도 판매를 멈추거나 일정기간 중단 후 판매를 재개했다.


랜드마크운용 최홍 사장은 "펀드에 새로 가입하려는 투자자라면 무조건 과거 실적이 좋은 대형 펀드를 선택하기보다 장세 전망과 운용방침을 꼼꼼히 살핀 뒤 펀드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