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술을 마시고 신문을 읽고 전쟁을 한다? 예술은 역시 메타포의 미학이다. 조각미술도 예외일 수 없다. 엉뚱하고 천진해보이는 염소에 한껏 은유적 기법을 활용한 조각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각가 한선현씨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상에서 여섯 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전쟁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 평화와 희망을 갈망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전시회 이름도 '흰 염소의 전쟁,그리고 평화'전이다.


작가는 동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동화나 우화처럼 가감없이 표현해 왔다. 그의 작품은 동화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 외나무다리에 서 있는 염소는 단순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삶,상대방을 이겨야 가던길을 계속갈 수 있는 분투적인 삶,외로운 삶 등등. 단순하면서도 맛깔스런 목재를 요리한 작가의 솜씨 또한 그러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현실을 은유적이면서도 정감있게 표현한 작품도 주목된다. 이 같은 다양한 삶과 전쟁 의미가 함축된 나무부조와 환조작품 60여점이 출품됐다.


작가는 전쟁도 평화를 향한 진통으로 본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의 화두는 전쟁과 평화다. 그의 작품들이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다소 피상적인 것이 흠이라는 지적도 있다.


27일까지. (02)730-0030


김경갑 편집위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