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왕'으로서 고속도로 독주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다. 민자고속도로가 속속 완공되는 데다 국도의 주행 여건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자고속도로는 이동 시간 단축을,국도는 넓어진 길과 통행료가 없다는 매력을 앞세워 고속도로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민자고속도로 TV 광고가 등장하는 등 고객 확보를 위한 유치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자고속도로의 경쟁력은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데 있다. 오는 25일 개통되는 대구∼부산 간 민자고속도로(82.5km)의 평균 주행시간은 50분 남짓.경부고속도로 유사 구간(122.7km)보다 30분가량 빠르다. 기존 고속도로는 경주 언양을 우회하지만 민자고속도로는 대구와 부산을 일직선으로 연결한다. 천안∼논산 간 민자고속도로는 수도권 이용객이 호남권에 진입하는 시간을 30분가량 줄였다. 경부고속도로는 청주와 대전을 우회하지만 이 도로를 타면 천안에서 곧장 호남권으로 내달릴 수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서울 양재∼용인 영덕 간 민자고속도로(완공 예정 2008년 말)와 서수원∼오산∼평택 간 민자고속도로(2009년 10월)도 경부고속도로와 경쟁을 펼치게 된다. 완공되는 대로 국내 최악의 정체 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서울∼오산 구간 대신 이들 민자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이미 민자고속도로는 무서운 기세로 일반 고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천안∼논산 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전주 이남으로 이동하는 차량의 70% 정도를 빼앗은 것으로 한국도로공사 측은 파악하고 있다. 또 대구∼부산 간 민자고속도로는 절반 정도의 차량을 분산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로공사 경영혁신단의 김병회 팀장은 "민자고속도로 통행료가 일반 고속도로보다 50% 이상 비싸기는 하지만 시간만 아낀다면 약간의 추가 부담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확장이 진행되고 있는 일반 국도도 고속도로를 위협하고 있다. 건교부는 4차로 이상 국도 비율을 2004년 전체의 38%에서 2010년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 못지않게 속도를 낼 수 있는 국도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42번 국도,신호등이 하나도 없고 100km까지 달릴 수 있는 장호원∼제천 간 38번국도 등이 대표적이다. 차량 유치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부산 간 민자고속도로를 건설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고속도로로서는 처음으로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곧 신문 광고도 게재할 계획이다. 강정규 도로교통기술원 연구위원은 "도로 정보를 적극적으로 취합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도로 테크(tech)'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