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오는 3월 아시아단일통화(ACU)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중·일과 아세안 10개국 등 모두 13개국의 화폐가치, 국내총생산(GDP) 규모 등에 가중치를 매겨서 만드는 가상화폐이긴 하지만 외환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유럽통화단위(ECU) 같은 역내 단일통화 탄생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ADB는 ACU의 아시아 주요통화에 대한 환율을 매일 발표할 예정이어서 각국 통화 동향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통화 환율이 과도(過度)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는지, 헤지펀드 같은 투기세력이 개입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손쉽게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 되면 환투기가 보다 까다로워지면서 통화가치가 안정돼 90년대 말 같은 도미노 외환위기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ACU는 역내 경제협력 분위기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 틀림없다. 우선 단일통화단위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역내 결속감이 높아지면서 인적·물적 교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ACU가 확실한 기반을 굳힐 경우 역내 교류와 협력이 한층 가속화되면서 아시아 지역은 이미 단일통화권을 구축한 유럽 및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 3극(極)의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ACU가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단일통화로 자리잡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각국의 경제 발전 단계에 큰 차이가 나는데다 과거사 문제도 여전한 등 걸림돌이 한둘이 아닌 까닭이다. 동질감이 강한 유럽국가들조차 논의를 시작하고 30년이나 지나서야 ECU를 출범시킨 형편이고 보면 ACU가 확고한 뿌리를 내리는데는 장구(長久)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시아 각국 정부가 ACU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하루라도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과거사 등 정치적 문제에 매달려 제자리걸음만 하다 보면 미국과 유럽에 크게 뒤처지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만큼 정치와 경제는 최대한 분리해서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우선 외환시장 공동관리를 위한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논의를 재개하는 등 당장 실천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실행에 옮겨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