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양극화 해소'를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극화 문제가 풀어야 할 심각한 문제라는 데는 아무런 이견이 없지만 이 문제를 다시 이슈화하는 시점이 수상하다는 견해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양극화 문제는 참여정부가 집중 거론해 온 문제다. 더욱이 노 대통령 자신과 참모들이 양극화 문제가 글로벌 시각에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수차례 언급해 온 만큼 여러 문제가 산적한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신년 특별연설이라는 '특별'한 형식을 빌려 부각시킬 주제는 아니라는 것.때문에 5월 지방 선거나 내년 말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표심 다지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25일 KBS 특별방송 '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출연,"2004년 7월부터 실태를 본격 조사한 결과 양극화는 세계적 현상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세계가 지식기반 사회로 감에 따라 정보화 격차와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서 승자 독식의 시장 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세계 최악이냐.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소득 5분위 배율을 근거로 제시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소득 상위 20%가 벌어들인 돈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빈부 격차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국제 표준이다. 노 대통령에 따르면 미국은 2003년 소득 5분위 배율이 14.7이다.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14.7배나 더 벌어들인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중국 10.7 △영국과 호주 7 △이탈리아 6.5 △캐나다 5.8 △프랑스 5.6 등이다. 한국은 2004년 기준 5.41로 주요 국가들에 비해 빈부 격차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한국보다 소득 5분위 배율이 낮은 국가로는 △독일 4.3 △스웨덴 4.0 △노르웨이 3.9 △핀란드 3.8 등이다. 윤대희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은 지난해 9월9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 분배가 악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세계 전체적으론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윤 비서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도 소득 분배가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또 다시' 거론하는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금 최악이 아니고 참여정부의 전적인 책임이 아니라고 해도 양극화 문제는 시간 여유를 갖고 근본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철학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빈부 격차나 양극화 문제는 선거 때마다 진보·개혁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들이 자주 거론하는 단골 메뉴"라며 "5월 지방 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권 여당의 지지도가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이를 반전시킬 무기로 다시 한 번 채택한 것이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