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리에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남순(南巡) 방문은 그야말로 오리무중 행적을 보였다. 철저한 보안과 삼엄한 경비속에 교통편이나 탑승자, 목적지 모두 파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모두 숨바꼭질하듯 그의 행선지를 탐문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외신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 갈 예정이라거나 북한에 머물러 있다고 보도, 혼선을 가중시켰다. 드문드문 단편적으로 흘러나오는 정보를 취합해 이동경로를 짐작해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오전 단둥(丹東)을 거쳐 중국에 입경한 이후에도 계속 전용 특별열차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단둥 통과 이후 곧바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거쳐 광둥성으로 내려와 광저우(廣州)와 선전(深천)에서 시찰활동을 벌인 뒤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경로를 보였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광둥성 시찰에 대한 권유를 받은 김 위원장이 수행단과 함께 광둥성의 발전상을 직접 살펴보고서 베이징에서 후 주석과 시찰 결과와 감상을 논의하는 형국이다. 광저우로 내려오는 동안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우한의 둥후(東湖) 호텔에 머무르며 관광명소 둥후풍경구와 광섬유 업체 등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방문을 전후해 안후이(安徽)성 우후(蕪湖)나 허페이(合肥)의 자동차 공장을 시찰했다는 설도 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소문이 무성했던 상하이는 이번 방문에서 제외된 것으로 관측되지만 중간에 항공편으로 상하이를 잠시 방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만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문 목적지인 광둥성 도착 이후 김 위원장의 이동경로는 비교적 뚜렷해진다. 경제 사절단 등을 미리 광저우로 보낸 이후 김 위원장 일행은 13일 오전 9시께 광저우 중심지의 바이톈어(白天鵝) 호텔에 도착, 집중적으로 본격적으로 시찰 활동에 들어갔다. 광저우에서 김 위원장은 대학타운(大學城)의 중산(中山)대학을 들러본 뒤 난사(南沙) 개발구 등을 시찰하고 배를 타고 주장(珠江)을 유람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김 위원장은 하루만인 14일 오전 8시께 바이톈어호텔을 나서 먼저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동상이 서있는 롄화(蓮花)산에 오르는 것으로 선전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물동량 세계 4위인 옌톈항(鹽田港)과 보세구역, 용강 수출자유공단에 이어 통신 회사인 화웨이(華爲) 공장과 아시아 최대의 레이저 설비업체 다쭈레이저과학기술공사(大族激光科技公社)를 들러봤다. 김 위원장은 15일 오후 중국 민속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 오후 9시께 열차편으로 베이징을 향해 떠났다. 16일 오후 1시께 장시(江西)성 성도 난창(南昌)에서 열차가 통과하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김 위원장이 탄 열차는 28시간이 걸리는 선전-난창-허페이-난징(南京)-지난(濟南)-톈진(天津)-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따라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전 출발후 김 위원장의 행선지에 대해 다시 베이징설, 평양설, 제3의 도시설 등으로 불투명해졌지만 17일 오전 8시30분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台)로 차량행렬이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베이징 방문이 확인됐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