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를 앞두고 대형 백화점들이 매출 확대 경쟁에 나서면서 상품권 할인가격이 급락,액면가격보다 최고 7%까지 낮은 값에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다.


명절 때는 상품권 수요가 늘어나 할인가격이 상승세를 보여온 것과 정반대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특히 롯데 신세계 양대 백화점의 상품권은 지난 추석시즌에 비해 10만원짜리 상품권 할인가격이 900원이나 떨어진 값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 백화점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상품권을 경쟁적으로 늘려 발행하고,넘쳐나는 상품권을 협력업체들에 '밀어내기'식으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협력업체들이 이를 할인 거래 시장에 무더기로 내놓으면서 롯데와 신세계의 10만원짜리 할인 상품권은 18일 현재 지난 추석 직전보다 900원 떨어진 9만4600원(고객이 낱장으로 살 때 기준)에 팔리고 있다.


10장 이상 다량 구매할 때는 9만3000원으로 값이 더 떨어진다.


명동 상품권 도매상 격인 '씨티원'의 박영자 대표는 "상품권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할인율은 갈수록 더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롯데와 신세계백화점에 모두 입점해 있는 A패션업체 자금 담당 김모 상무는 "명절 때가 되면 으레 백화점 담당자가 '선물용 상품권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전화를 걸어온다"며 "이번 설 시즌에는 이런 식으로 두 백화점이 떠안긴 상품권 할당량이 작년 추석 때보다 30%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백화점측에서는 상품권 가격 유지를 위해 선물용으로만 쓰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현금이 필요해 대부분 상품권을 곧바로 할인 시장에 내놓고 있다"며 "상품권을 할인 시장에 내놓으면 매장을 철수시키겠다는 백화점들의 으름장 때문에 쉬쉬하며 처분하느라 더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롯데와 신세계가 상품권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 두 백화점이 상품권 매출액을 두고 벌인 신경전의 여파로 보인다.


한편 제화업체의 상품권은 명절을 앞두고 물량이 없어 할인 거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이날 금강제화의 10만원짜리 상품권 할인가격은 7만1000원으로 지난해 추석 직전(7만원)에 비해 1000원이나 높았다.


에스콰이아와 엘칸토 상품권도 3000원에서 6000원까지 거래 가격이 올랐다.


백화점과 달리 구두상품권은 제화업체에서 직구입해도 대량 구매시 20% 할인해주는 것을 감안하면 유통시장 할인율은 극히 미미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금강제화 고위관계자는 "상품권 가격 정상화를 위해 대량 할인 판매를 자제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