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밤 신년연설을 통해 국정운영의 구상과 방향을 밝혔다. "책임있는 자세로 미래를 대비합시다"라는 부제를 단 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특히 양극화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해법 마련에 각계가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지극히 당연한 얘기이고 꼭 해결하지않으면 안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신년연설에서 경제 활성화에 대한 희망을 찾고 싶어 했을 국민들이 여기에 얼마나 공감했을지가 궁금하다. 노대통령이 지적했듯 우리사회는 양극화 뿐만아니라 저출산·고령사회 등에 대한 준비 등 여러가지 과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해법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쉽게 느껴지는 점들도 적지 않다.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를 특히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양극화에서 비롯됐다는 강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갈등과 분열이 모두 양극화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이다. 참여정부 들어 각종 정치적 이념논쟁과 편가르기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증폭됐던 사례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고 보면 잘못된 정치에 대한 반성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양극화 자체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양극화가 경제침체의 원인이 됐다기 보다는 지난 3년 동안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으로 인해 양극화의 골이 더욱 깊어진 측면이 분명히 있음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평가는 미흡했다는 느낌이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할 것은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의 핵심해법으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면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육성, 사회적 일자리 확충 등을 거론했지만 사실 이것들은 하나같이 정부 재정동원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대통령은 또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함께 경제계와 노동계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모두 정부가 각종 규제를 혁파해 기업들의 활력을 회복시키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양극화 문제는 만에 하나라도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특히 양극화 극복을 위한 노력이 자칫 편가르기로 흐르지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