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해외 전지훈련 첫 평가전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씁쓸한 0-1 패배를 당했다. 이날 무득점 패배는 독일월드컵축구에서 지난 2002년 영광의 재현을 기원하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일단 이날 패배는 유럽파가 빠졌고 국내파 및 J리그 선수들도 정규시즌을 마치 고 휴식기를 거친 터라 체력과 경기력에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경기 내용적인 면에서 정교한 패스가 이뤄지지 않은 점과 최전방 공격수 들의 여전한 결정력 부재는 남은 전지훈련기간에 아드보카트 감독이 반드시 해결해 야할 숙제로 떠올랐다. 특히 전후반동안 측면공격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루트와 함께 상대의 빠른 역습 상황에서 수비진들의 조직적인 대응과 커버플레이의 미숙함도 반드시 개선되야 만 한다. △균형적인 공격의 아쉬움 그라운드를 폭넓게 사용하는 것도 상대 수비진을 힘들게 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한국의 공격패턴이 편식에 가까울 정도로 UAE의 오른쪽 측 면 공격에만 의존했던 것은 아쉽기만 하다. 한국은 오른쪽 측면에 발빠른 조원희와 이천수를 포진시켜 전반전 동안 빠른 패 스연결을 앞세운 돌파로 UAE 수비진을 흔들었다. 반면 왼쪽라인의 장학영-박주영 라인은 별다른 활약을 펼쳐 보이지 못했다. 장학영에게 연결된 볼이 제대로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연결되지 못하다보니 결국 볼은 공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왼쪽으로만 몰리게 된 셈이다. 공격이 한쪽 방향으로 쏠리다 보니까 수비진들도 역습상황에서 반대쪽 진영에서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들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실점하는 계기를 주고 말 았다. 더구나 오른쪽 뿐 아니라 정교한 패스가 필수적인 중앙 공격 역시 제대로 이뤄 지지 못한 것도 불만스럽기만 하다. △테스트의 명암(明暗)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장학영에게 A매치 데뷔 기회를 줬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해온 김상식에게 스리백 수비의 조율을 맡겼다. 결론적으로 왼쪽 측면에서 빠른 공수전환이 기대됐던 장학영은 박주영은 물론 경기중반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내려선 이천수와 호흡에서도 문제점을 보이면서 위협 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전반 30분에는 아크 정면에서 결정적 골 찬스도 어이없는 실축으로 날려버리 는 등 '루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아웃됐다. 김상식 역시 볼을 걷어내는 수비수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했고, 수비상황에서 공 격으로 전환되는 빠른 역습과정에서 정확하고 매끄러운 패스연결에는 여전히 아쉬움 을 남겼다. 반면 박주영-이동국-이천수 스리톱 라인은 이날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상대 역습 상황에서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준 점은 감독의 지시를 제대 로 따랐다는 평가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변화 아드보카트 감독은 3-4-3 전술로 경기를 시작해 전반 중반부터 이천수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내려 세운 3-4-1-2 전술로 변환했다. 이는 오른쪽 측면에서 장학영과 박주영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자 컨디션이 좋 은 이천수에게 좌우 측면을 오가면서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하지만 장학영의 경직된 플레이와 전체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조직력은 득점기회 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에 정경호를 왼쪽 측면에 투입했 다. 정경호를 앞세워 왼쪽 공격에 물꼬를 텄지만 한국은 여전히 정교한 패스를 보여 주지 못하면서 결국 후반 들어 밀집수비로 전환된 UAE의 단단한 수비벽을 뚫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다 보니 선수들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 도 이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두바이=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