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괜찮아질 겁니다"(김상식) 18일 밤(이하 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축구대표팀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3기 아드보카트호는 경기가 끝난 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다음 전훈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이동했다. 태극전사들은 간단하게 샤워만 한 뒤 곧바로 두바이공항으로 향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핌 베어벡 수석 코치, 홍명보 코치 등은 공항에서 국내 취재진과 맞닥뜨렸으나 짧은 인사만 건넸을 뿐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한국 취재진도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앞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했다. 그는 "오늘 경기는 불운한 워밍업이었다(Today's game is unfortunate warming-up)"는 지적에 다소 격앙된 표정으로 "좋은 경기였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잡았는가(Good game. How many chances we have)"라고 응수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선수들은 비행기 이륙 직전에야 공항 탑승구에 도착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두바이로 향할 때와 달리 선수들을 위한 비즈니스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일부 선수들은 취재진과 섞여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로 오가는 말은 없었다. UAE전에 뛰지않은 김정우(나고야)는 음악을 들으며 일체의 질문을 피했고, 조재진(시미즈), 이호(울산) 등 다른 선수들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경기 직후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지 볼이 오는 게 무섭기도 했다"고 토로했던 장학영(성남)은 비행기 안에서는 옆자리에 앉은 조원희(수원)와 농담을 주고받는 등 다소간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동료 선수들은 모두 첫 데뷔전에서 기대에 못미친 장학영.정조국(서울)과 오랜만의 출전 경기에서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김상식이 너무 위축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로 알려진 김상식의 표정도 어두웠다. 취재진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100% 실력 발휘가 안된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김상식은 "저 뿐만 아니라 다들 컨디션이 안 좋았다"며 "(학영이도) 괜찮아질거예요"라고 기운 없이 말했다. 선수들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린 건 리야드 공항에 도착한 뒤였다. 사우디 아라비아대사관 노성민 영사와 이신영(55) 리야드 및 사우디 중부지역 교민회장 등 교민 50여명이 공항까지 꽃다발을 들고나와 축구대표팀을 반갑게 맞아주자 환영하자 김영광(전남) 등 선수들의 표정도 조금은 풀어지는 듯 했다. 대표팀은 도착 직후 리야드 래디슨호텔에 여장을 풀었고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 리더스 프렙인스티튜트에서 회복훈련을 할 예정이다. (리야드=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