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들어 행정자치부 장관의 '힘'이 막강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혁신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기 때문이다. 그만큼 짐도 무거워졌다. 행자부 자체의 혁신에도 성공적인 성과를 내야 하고 정부 혁신의 큰 틀도 만들어야 한다. 오영교 행자부 장관을 최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12층 행자부 장관실에서 만났다. 그는 컴퓨터 작업을 하다 말고 일어서 취재진을 맞았다. 대담=권영설 한경가치혁신연구소장 -------------------------------------------------------------- -무슨 작업 중이셨나요. "행자부 통합행정혁신시스템인 '하모니'에 접속해서 업무를 보는 중이었습니다. '메모 보고'라는 게 있는데 누구라도 보고할 일이 있으면 수신자 범위만 지정해 인트라넷에 올려놓으면 되는 시스템이지요. 예전처럼 장관 결재 받으려고 긴 줄을 서는 풍경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하모니는 성과관리시스템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하모니는 팀제,고객만족(CS)행정 등과 함께 행자부 혁신을 대표하는 성과물입니다. 각종 보고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성과평가도 등수까지 매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취임 1주년인데 그동안 행자부가 성과중심 조직으로 바뀐 것 같습니까. "팀제를 도입해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고 평가·보상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해 효율을 높이면서 고객중심의 행정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척되고 있습니다. 정부 혁신을 주도하려면 행자부가 혁신 모델이 돼야 하는 만큼 실행속도에 박차를 가한 덕분이지요." -팀제를 도입하면서 뭐가 달라졌습니까. "기존 공무원 조직은 수평적 의사소통이 이뤄지기 어려운 계급구조였지요. 사무관의 아이디어가 장관까지 도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직을 수평적으로 쪼개 팀장이 의사결정권과 책임을 갖게 한 게 바로 팀제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자율적인 권한을 갖고 있어 성과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성과관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팀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했던 거지요." -그래도 1년 만에 정착시키는 게 쉬운 과제가 아니었을텐데요. "처음에는 반발도 엄청나게 많았지요. 사무관급 이상 300여명을 모아놓고 행자부의 현재 상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고 3시간 동안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가진 생각을 진솔하게 보여주겠다는 게 목표였지요.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부글부글 끓던 것이 가라앉고 조직이 한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팀제가 다른 부처에도 확산되고 있습니까. "현재 16개 부처가 팀제를 도입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부처가 팀제를 도입해야 할 겁니다. 문제는 팀제 도입 자체가 목표가 돼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팀제는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지요. '하모니'같은 성과관리시스템과 결합됐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행자부 공무원들의 지난해 성과 결과가 나올 시즌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결과가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동안 진행된 여러 평가 결과를 합산한 것입니다. 조만간 결과를 공개하고 설명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점수가 낮았다면 왜 그랬는지를 설명하고 목표나 성과지표가 잘못 설정됐다면 성과지표관리위원회를 통해 올해의 새로운 성과지표와 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방침입니다." -평가 결과가 나쁘면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요. "인사와 보상에서 확실하게 차별화됩니다. 못하면 그만큼 불이익이 있지요. 평가가 나쁜 사람들은 그만큼 중요하지 않은 일을 맡게 되는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행자부처럼 고객이 명확하지 않은 부처는 어떻게 고객만족행정을 구현할 수 있을까요. "정부가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서비스의 대상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행자부의 주요 고객은 다른 부처나 지자체라고 볼 수 있지요. 예전에는 행자부에 방문하는 지방 공무원들은 홀대를 받은 경험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엘리베이터까지 안내해주니 오히려 당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자부의 혁신모델이 다른 부처나 지자체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요. "어떤 공공부문이나 기본적인 개념은 같은 겁니다. 특히 대민접촉이 많은 지자체에선 고객만족에 더욱 역점을 둬야합니다. 26개 선도 지방자치단체에 '하모니'를 보급할 계획입니다. 하모니는 지자체처럼 집행업무가 많은 곳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큰 변화를 이뤘지만 나중에 장관이 바뀌면 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도화되고 시스템화되는 게 중요합니다.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선 시스템에 의한 접근이 필요하지요. 대표적인 게 바로 '하모니'입니다." -올해에는 어떤 방향에 역점을 둘 계획인지요. "행자부의 혁신모델이 국내외 모두에서 공인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정부를 향해 '민간에서 배워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앞으로는 '행자부에서 배워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시스템과 사람을 조화시키는데 주력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도입한 시스템을 이제는 몸에 들어맞게 고치는데 힘쓸 예정입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하는 일의 질을 높이는 데도 역점을 둘 방침입니다. 시스템이 잘 만들어 졌어도 사람이 혁신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에 실적이 좋은 공무원이 대접받게 만들고 전문교육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정부 혁신이 여전히 일반국민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국민들이 혁신을 체감하는 정도가 매우 약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정부 내부를 바꾸는데 치중하다보니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해봅니다. 올해는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에도 열심히 나설텐데 다만 그 채널을 이제는 다양화할 계획입니다. 전광판도 활용하고 정부종합청사에 혁신홍보관을 설치해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혁신의 중요성과 성과를 알리는 장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특히 행자부 투어 코스도 신설해 행자부의 혁신 현장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