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 논설위원 >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은 어떻게 다르며 무슨 관계가 있을까. 무언가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정확하게 이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을 듯 싶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과학은 자연법칙과 현상들 간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며,기술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과학적인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과학이 법칙과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내는 것이라면 기술은 이를 응용하고 실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이처럼 구분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학은 기술적인 응용을 그 전제로 깔고 있으며,기술 또한 응용을 통해 과학적인 이론 연구로 연결돼 있는 실정이고 보면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를 과학과 기술의 경계로 삼아야 할지를 결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근래 들어 급속 발전하고 있는 바이오 등 첨단 분야의 경우 기술개발을 위해 과학 영역에 속하는 새로운 이론을 규명해 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첨단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과학과 기술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과학과 과학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과학과 기술을 일체의 관계로 보고 과학기술(Science & Technology)로 통용하고 있는 게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면서 과학자(Scientist)와 기술자(Engineer) 또한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推進)하고 있는 대형 국책과제를 비롯 산학연 협력 프로젝트에 과학자(대학과 정부 출연연구소)와 기술자(산업계)가 공동 참여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학자와 기술자가 과학기술이란 울타리 밑에서 제대로 융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과학자는 법칙과 원칙을 발견하고 이를 기술에 응용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탐색하는 등 정신적 영역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데 비해 기술자는 과학적 방법이나 지식을 기술혁신에 이용하기 위해 물질적 영역에 속하는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연구과정에서의 도덕성과 정직성 등 윤리적 기준에 대해서도 과학자와 기술자 간 인식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학자와 기술자가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연구개발 과정에서 자칫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排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온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황우석 사태도 따지고 보면 과학자와 기술자간 불협화음이 빚어낸 상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와 같은 연구환경과 시스템으로는 제2,제3의 황우석 사태를 막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국제수준의 윤리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제정(制定)하고 기관별 윤리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과학과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 과학과 기술을 단순히 합친 언어적 조합만으로는 결코 과학기술 시대를 열어나갈 수 없음은 물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