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동물의 지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원전 700년께 살았던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는 "여우는 많은 재주가 있지만 고슴도치는 한 가지 재주밖에 모른다"고 했다.
이 우화를 토대로 역사가 이사야 벌린은 톨스토이,단테,도스토예프스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고슴도치형'과 '여우형'으로 분류하는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유명한 글을 남겼다.
작가의 역사관이 다원론적이냐,아니면 일원론적이냐 하는 구분이었던 것이다.
고슴도치와 여우는 짐 콜린스와 톰 피터스 같은 현대 경영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잔꾀가 많은 여우가 고슴도치를 덮치지만 승리는 항상 고슴도치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등을 구부려 가시를 무기로 방어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상황에 단순.명쾌하게 대응하는 큰 지혜를 고슴도치는 가지고 있다고 시사한다.
이처럼 동물들에게서 배우는 환경대응방식의 지혜는 수없이 인용되고 있다.
개미와 베짱이의 노동관이라든지,메기론,기러기론,조개론 등이 그것이다.
요즘에 와서는 동물들을 등장시킨 일종의 우화소설들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존 펜버티의 '인생(To bee or not To bee)'은 꿀벌의 이야기다.
주인공 버즈는 조직생활에 숨막혀 하는 샐러리맨을 연상시킨다. 고정관념과 경쟁심 또 개미보다 고등동물에 속한다는 우월의식이 오히려 종족을 위기로 몰아간다. 결국 버즈의 진취적인 행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종족을 구하고 자신의 행복도 되찾는다는 것이다.
스튜어트 A 골드의 '핑'에서는 개구리가 주인공이다.
삶의 고비마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케 한다.
로타 자이베르트의 '행복'은 곰 부르너를 등장시켜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안내하고 있다.
신도 가네토의 '하치 이야기'와 매트 와인스타인의 '우리는 개보다 행복할까?'에서는 충성심과 함께 생사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개(犬)의 얘기를 담고 있다.
동물의 생존법칙을 배우고 동물을 통해 행복과 삶의 의미를 깨달아야 하는 우리가 왠지 왜소해지는 느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