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그간 행적(行跡)은 앞으로 북한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다소나마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김 위원장은 8일 동안 광저우 선전 등 중국의 개방정책과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도시를 잇따라 방문하고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다음 평양으로 돌아갔다. 이는 한마디로 이번 방중이 북한 경제의 개혁과 개방을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목해 볼 만한 일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1년에 상하이를 방문한 뒤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신의주를 특구로 지정하고 개성공단을 조성키로 하는 등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전하면서 후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과 미국 간 갈등을 고조시킨 달러화 위조지폐 제작 및 유통 문제를 비롯 북핵 6자회담의 진전 방안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북한이 적극적인 개방조치를 취하고 나선다면 앞으로 남북간 경협과 각종 교류를 가속화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도 한몫을 할 것임은 물론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위조달러 마약밀매 등 불법행위를 원만하게 매듭짓지 않고서는 개혁조치를 원활하게 추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더 능동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위폐문제 등으로 6자회담이 난항을 겪을 경우 북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핵문제 해결 노력이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개혁.개방이란 목표도 달성(達成)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보면 이를 우선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북한측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국제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만이 남북경협의 활성화 등 경제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통해 외부의 지원을 하루속히 이끌어내는 게 생존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깨닫고 앞으로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逆行)하는 행위를 더 이상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