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복지용 세금짜내기 벌써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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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세금 탈루혐의가 짙은 11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표본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통해 양극화 해소 및 복지 확충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후 곧바로 이어진 조치라는 점에서 세금공세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국세청은 이번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탈루혐의가 확인된 유형을 선별해 향후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얼마전 탈루혐의가 짙은 고소득 개인·자영업자 422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도 이미 착수(着手)한 상태이고 보면 세수 확대를 위한 국세청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한눈에 드러나는 셈이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의 인상 작업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추측도 믿음으로 변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기업이든 개인이든 세금 탈루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최대한 공평하게 거둬들여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소득 상류층과 하류층,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고 이를 시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금을 늘리는 것이 결코 능사(能事)는 아니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을 인상한다면 가뜩이나 힘든 국민들의 생활형편이 더욱 쪼그라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재산세 중과 등으로 인해 조세저항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과연 감내할 수 있을지 지극히 의문이다.
특히 기업에 대한 세금인상은 한층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법인세 외에도 각종 부담금과 기부금 등 온갖 형태의 준조세까지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연간 준조세가 10조원을 넘고 있는 사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세금부담이 과중해지면 그물망 같은 규제에 짓눌린 열악(劣惡)한 투자환경이 더욱 악화되면서 기업의욕이 추락하게 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세금 확대보다는 경기를 살리고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
기업 투자가 살아나고 경제가 회복된다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이를 통해 양극화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세수확대에 앞서 각종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재정 지출을 합리화하는 일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