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밝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확대' 문제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제각각 다른 의견을 내놨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재정확대 방안이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높이는 정책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경기역진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민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열린우리당=차기 정책위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강봉균 의원은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 등으로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만큼 사회보험·기금 쪽에서 부담률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소득세나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이나 자본·두뇌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고,간접세인 부가세율 인상은 소득역진적으로 작용하는 문제가 있다"며 "직접적인 세율 인상이나 세목신설 대신 사회보험·기금의 저부담 고급여 구조를 뜯어고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발연대에 만들어 놓은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해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을 줄여나가는 것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인 같은당 김종률 의원도 비과세 및 감면제도 축소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재원마련 과정에서 국민경제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정교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비과세·감면제도로 면제되는 세금이 매년 18조원에 이르는 만큼 이 중 10%만 정비해도 매년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양극화 현상은 기업이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투자가 이뤄지면 일자리가 창출되고,그러면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된다"면서 "세금을 많이 거둬 서민에게 나눠주는 형식의 복지는 단기적으로는 가능한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나라에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 재경위 소속인 이한구 의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대통령의 얘기는 고정비 지출 등에서 차이가 나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간과한 주장"이라며 "지금도 (우리나라의) 세금이 경쟁국보다 높다며 외국기업이 들어오지 않고 국내기업도 나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일자리가 생기고 양극화가 해소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혜훈 의원은 "양극화는 세금을 덜 걷어서,복지지출이 적어서 온 게 아니다"며 "진단이 잘못되다 보니 '독약 처방'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세금과 복지 지출을 늘렸지만 효과있는 정책에 쓰기보다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었다"며 "성장 없는 분배는 가난을 나눠 갖는 것 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의원은 "경제침체로 양극화가 심해졌는데 원인과 결과를 자꾸 혼동하고 있다"며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늘리고,세금을 낮춰 소비를 활성화하는 것이 일자리를 늘리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 김효석 정책위의장은 "세출삭감에 한계가 있어 조세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민 조세부담을 요구하기 전에 정부의 세출삭감 노력과 조세감면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인식·양준영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