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19일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경영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했다. 로드맵은 모회사인 ㈜두산을 3년 내 지주회사로 바꾸고 각 계열사는 과거 그룹 형태의 지배구조에서 탈피해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을 수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산측은 "로드맵은 그룹회장제 폐지 및 내부거래위원회 설치,주주 서면투표제 도입 등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궁극적 목표는 두산식(式) 신 지배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 내용 중에서는 그룹 회장제를 폐지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키로 한 것이나 지주회사로 전환키로 한 점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국내 최고(最古)의 토종기업이면서도 일본의 소니처럼 외국인 전문 경영인을 ㈜두산의 최고경영자(CEO)로 과감히 앉히려는 시도는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두산이 외국인 CEO를 영입할 경우 국내 토종기업 중 첫 케이스에 해당된다. 재계는 그러나 두산의 환골탈태가 성공하려면 우선 ㈜두산을 지주회사 체제로 무난히 전환시켜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지분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는 현재의 만만찮은 순환출자 구조를 시급히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간다 두산이 이날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은 오너 중심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지난해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 간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오너 경영체제의 병폐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에서 메스를 가했다고 볼 수 있다. 오너가 맡고 있던 ㈜두산 회장 자리에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계열사별로 전문 경영인에 의한 경영이 굳어지면 그만큼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박용성 전 회장 등 대주주들이 갖고 있는 자회사 지분을 처분해 3년 내 지주회사로 변경되는 ㈜두산에 모을 경우 각 계열사의 경영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질 공산이 크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과거 페놀 유출 사건 직후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전문 경영인 체제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전환 수월할까 두산 고위 관계자는 "SK보다 사외이사제도를 훨씬 강화하는 한편 LG의 지주회사제를 뛰어넘는 게 목표"라면서 "현재 개선안은 지주회사로 가는 과도기로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순환출자 구조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산업개발두산인프라코어→㈜두산 등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지분을 교통정리하자면 만만찮은 기간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이와 관련,"지주회사로 가기 위해서는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소요된다"면서도 "하지만 각 계열사가 최대 수익을 내면 그 시일이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했다. ㈜두산은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면 지주회사 부문과 사업회사 부문으로 분리 운영돼 자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될 예정이다. ◆분식회계·비자금 조성 원천봉쇄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100%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준법감시인 제도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등 경영상의 도덕적 해이를 사전에 예방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내부거래위원회는 계열사 간 자금흐름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두산은 또 감사위원회 활성화를 통해 회계부정의 여지를 막고 서면투표제를 통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신장키로 했다. 지난해 공정위가 제시한 감시 및 견제장치의 네 가지 요건 중 서면투표제 도입,내부거래위원회 설치,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 후보추천 자문단 설치 등 세 가지를 수용해 투명성을 높이게 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