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부부의 모습은 을씨년스럽다.


한때 기꺼이 사랑에 눈멀고 귀먹었던 그들이 이젠 입에 바늘을 물고 혀 끝에 독을 바르고 상대를 거침없이 찌르고 할퀴는 것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본다.


로버트 프라이어는 "사랑에 빠졌을 때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상대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 눈을 멀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호르몬의 농도가 유지되는 것은 2년 정도. 짧게는 3개월 만에 사라지기도 한단다.


남녀의 만남이란 원래 그런 것인가.


젊은 날의 기억은 뒤로 한 채 세월이 흐르면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그런 게 중년의 삶인가.


그렇다고 젊은 것들처럼 성격(?) 차이로 헤어질 수도 없는 노릇. 엉킨 실타래는 빨리 풀어야 한다. 우선 섹스문제부터 솔직해져야 한다.


남자는 18세에 성적 에너지가 피크에 달한 후 30세부턴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기 시작하지만 여자는 35세가 돼야 정점에 이른다고 한다.


예부터 '여자는 애 하나는 낳아야 그 맛을 안다'고 했다. 이렇게 남자와 여자는 섹스라이프사이클이 다르다. 게다가 지금의 중년부부들은 대개 남편이 4~5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남편과 아내의 섹스연령은 10살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중년커플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아내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남편의 불은 이미 사그라들어간다. 이런 남편에게 아내의 성욕은 공포 그 자체다. 아픈 척도 해보고 자는 척도 해보다가 마지못해 응하지만 초반전에 나가떨어져 우습게 되는 남편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실타래를 풀 차례다. 어떻게? 우선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당신의 '남성'에 문제가 있다면 아내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병원 문을 두드릴 용기를 가져야 한다. 여성이 산부인과 가는 것처럼 남성은 비뇨기과를 찾으면 안 되나?


의사에게 '남성'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 때문만은 아닌 또 다른 변명들이 더 있다.




"이젠 나도 다 살았어. 그게 잘 안 되면 다 살았다고 봐야지…." '강한 남자'콤플렉스가 오히려 발기부전을 악화시킨다.


얼마 전 남성과학회에서 '배꼽 아래 이상 무'라는 공짜 연극을 공연했다.


비뇨기과 의사들이 연극배우들과 호흡을 같이했다. 20대 조루증환자,40대 발기부전환자,60대 오줌소태환자가 나온다. 하나같이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하고,비뇨기과 가기를 차일피일 미룬다.


외국 남성들도 심리는 마찬가지지만 대개 6개월 정도 망설이다 병원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아집덩어리인 한국 중년들은 발기부전증세를 감지한 후 평균 3년을 끌다 다시 일으켜세우기가 아주 힘든 지경이 되어서야 의사에게 SOS를 보낸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대한남성과학회가 40세 이상 성인남성 1570여명을 조사한 결과,응답자 절반 정도(46.2%)가 발기부전을 호소했다. 그러나 적극적 치료는 5% 미만이라는 것.


인생반환점을 돌고 나면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잘 안들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아랫도리도 고개를 숙이게 마련이다. 돋보기를 끼는 것이 자연스럽듯 발기부전에 대해 얘기하고 치료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내에게 털어놓아 보라. 언제나 강한 척했던 남편이 평생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낸 것만 가지고도 아내는 감동할 것이다. 슈퍼맨,변강쇠도 나이는 못속인다. 터놓고 말하자.


춘3 하6 추1 동무시(春3夏6秋1冬無時)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3일에 한 번 성관계를 하고,여름엔 6일에 한 번 정도로 섹스를 하며,가을엔 하루걸러 한 번,겨울엔 시도 때도 없이 무시(無時)로 해도 건강에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고령화시대를 맞아 기나긴 인생 후반전을 치러야 하는 지금의 중년들은 섹스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반기 인생이 엄청 지겨울 것이다.


차도 20만km를 뛰고 나서 보링을 잘 하면 다시 20만km쯤은 너끈히 뛴다. 사람 몸도 마찬가지다.


한 20년 굴렸으면 피스톤을 보링해줘야 한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때 빼고 광을 내면 다시 시도 때도 없이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행동하지 않는 남성은 '사랑의 적'이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