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 산악지대에서 철저한 자기 보안을 통해 미국의 오랜 추적을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MSNBC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MSNBC에 따르면 미군은 과거 6년간 두차례에 걸쳐 빈 라덴을 근접거리에서 포착했으나 그를 제거하거나 체포하는데는 실패했다. 첫번째는 지난 200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무인비행기가 빈 라덴을 촬영했을 때였는데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빈 라덴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데 실패했다. 두번째는 9.11 테러 사건 후 3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의 토라 보라 동굴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 미군이 급습했으나 그는 부상한 채 도망칠 수 있었으며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다. 이후 미국은 단 한번도 빈 라덴의 근접거리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군사 전문가인 미셸 오핸런은 "빈 라덴이 지난 4년간 추적을 피해온 점은 그는 앞으로도 장기간 도피 행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5㎝의 큰 키에 악명높은 그가 어떻게 오랜 기간 추적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미 군사 및 정보기관 관리들은 그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 산악지대에서 지방 부족들의 철저한 경호를 받으면서 숨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지만 꼭 필요할 때는 눈에 띄지 않도록 수행원 없이 혼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빈 라덴은 특히 추적이 가능한 전화기는 절대 사용하지 않으며 통신이 필요할 경우 수행원을 직접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리들은 점차 빈 라덴에 다가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예전에 비해 개선된 광역정보망과 한층 공격적인 파키스탄 부대를 통해 지난 1년간 알-카에다의 고위 간부들을 제거하거나 체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빈 라덴이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최근 자신의 육성 테이프를 공개한 것은 스스로 별다른 위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 테러 전문가인 스티브 에머슨은 "빈 라덴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동굴에서 나와 세계를 향해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에 대한 미 정부 관리들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공적으로는 잠적한 빈 라덴이 조직 가동 능력을 상실해 그를 제거하거나 체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사적으로는 빈 라덴을 체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옥 기자 sung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