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해윤 '추수'(23일까지, 갤러리 쌈지) ]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뒤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송수권 '혼자 먹는 밥'전문



지금은 이별의 시대다.


공부를 위해 부모와 자식이 헤어져 살고,직장 다니기 위해 부부가 생이별을 한다.


한 집에 산다 해도 자고 먹고 들고 나는 시간이 식구마다 다른 경우도 많다.


일을 하거나 주변과 어울릴 때는 그런 대로 지낼 만하지만 혼자 밥을 먹도록 남겨지는 것은 참으로 못 견딜 일이다.


밥을 혼자 먹다보면 수저와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먹는다는 것이 생존의 조건임을 그때처럼 가슴 아리게 느끼는 적도 없다.


누구에게나 삶의 끝은 오고 남겨진 시간은 부족한 터에 왜 그토록 어수선하게 살면서 쓸쓸해하는 것인지….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