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윌버 로스 '시련의 계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미국 투자자 윌버 로스가 올해 초 12명의 희생자를 낸 웨스트 버지니아 탄광 폭발 사고로 일생 일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전했다.
로스는 사고가 난 탄광을 소유한 '인터내셔널 코울 그룹(ICG)'의 설립자로 현재 ICG 지분 13.7%(2억달러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석탄 채굴 사업에 뛰어든 로스는 작년 11월 말 ICG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시키며 성공을 눈 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탄광 폭발 사고로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될 위기에 빠졌다.
특히 한때 탄광에 매몰된 광부 12명이 살아 있다는 '오보'가 전해지며 가족들의 슬픔과 항의가 더 커졌다.
로스는 부랴부랴 광부 가족을 위한 200만달러 규모의 광산 기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기금 규모와 사재 출연 여부를 놓고 한동안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ICG도 이번 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과 벌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 탄광 채굴이 중단돼 금전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석탄 채굴 관행에 대한 정치권의 조사 요구에 직면해 있으며 노동조합의 활동이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증시 상장 후 한때 주당 13달러를 넘었던 ICG 주가도 사고 직후 주당 8달러대로 떨어졌다.
로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매몰된 광부 12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이 내 생애 최악의 날이었다"며 "매일 비난과 슬픔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는 그러나 석탄 채굴 작업을 계속 확대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 투자회사인 'W.L 로스'의 사주 겸 회장이기도 한 로스는 그동안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되파는 방법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면서 명성을 쌓았으며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한라그룹 등 한국의 대기업 구조조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