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법인등기부상 사외이사로 등재된 사람도 사실상 경영자 역할을 했다면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자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그간 법원은 사외이사의 대부분이 건강보험 직장가입 면제 대상인 비상근 근로자라고 판단,사외이사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일관되게 내려 왔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22일 버버리코리아가 "사외이사 신모씨 몫으로 7300만원의 건보료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건강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씨는 회사의 법인 등기부상으로는 사외이사지만 실제로는 회장 직함을 사용하면서 경영에 깊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씨가 최고 월 1억원의 보수를 받은 점에 비춰 봐도 신씨의 역할이 단순한 자문역에 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신씨를 건강보험 가입 제외 대상인 비상근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두 개 이상의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이중 삼중으로 건보료를 내는 것을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Y통상 대표이사인 신씨가 이미 Y통상에서 받는 보수에 대한 건보료를 납부하고 있으므로 이중으로 보험료를 물리는 것은 위법하다"는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직장이 두 개 이상인 사람의 보험료 산정방법에 관해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민보건과 사회보장을 증진하려는 건강보험법의 입법 취지상 두 개 이상의 소득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소득마다 해당하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