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反美) 좌파 성향의 에보 모랄레스(46)가 22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볼리비아 역사상 첫 인디오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는 하루 앞선 21일 고대 안데스 문명 유적지인 티와나쿠에서 전통 인디오식으로 취임식을 갖기도 했다. 모랄레스는 이곳에서 "오늘 전 세계 토착 원주민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국민의 단결로 우리는 식민지적 국가와 신자유주의 모델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볼리비아에서 숨진 남미의 전설적 혁명가 체 게바라를 칭송하며 "우리의 자연자원을 약탈하고 차별과 치욕,증오를 안겨준 끔찍한 시대를 바꿀 때가 됐다"며 강력한 반미정책을 예고했다. 모랄레스는 그동안 천연가스 국유화,코카(코카인 원료) 재배 합법화 등을 표방해왔으며 이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과 함께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서는 '선의 축'을 자칭하며 결속을 다졌다. 그러나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백인들의 반발과 새 정부의 자원 민족주의를 우려하는 외국자본의 이탈 가능성,볼리비아의 최대 원조국이자 2위 교역국인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미국 정부의 경축 특사로 파견된 토마스 섀넌 국무부 차관보는 21일 오후 모랄레스 대통령을 예방한 뒤 "새 정부가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혀 '관망' 자세를 취했다. 1959년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가난한 인디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2학년이 최종 학력인 모랄레스는 코카 재배 농민 지도자로 활동했으며 작년 말 대선에서 54%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