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자금시장에서 소외를 받아왔던 중소기업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중기 대출전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과거 경험으로 보면 대출에 드라이브를 걸면 반드시 문제가 생겼다"면서 "은행권 중기대출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3~2004년 은행권 전체가 부실여신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것도 대출 드라이브 탓이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특수로 내수경기가 반짝 호황을 보였을 때 시중은행들은 소호대출과 중기대출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당시 리딩뱅크였던 국민은행은 지난 2002년 한 해 동안에만 중기대출에 무려 8조원가량을 쏟아부었다. 다른 은행들도 소호대출이란 미명 아래 러브호텔 노래방 단란주점 등에 퍼주기식 대출경쟁을 벌였다. 국내 은행의 낙후된 영업방식을 비꼬는 이른바 '양떼 근성(herd behavior)'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출 드라이브는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2년에 나간 중기대출 8조원 가운데 1조원가량이 2년여 만에 부실자산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국민은행은 지난 2년여 동안 부실여신을 처리하느라 리딩 뱅크 지위마저 흔들린 뼈아픈 경험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