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대림동지점의 노종규 지점장.그는 요즘 출근 후 곧바로 영등포 역 인근지역으로 대출 마케팅에 나선다.


주변의 모텔 호프집 단란주점 등 소호(SOHO)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본점에서 내려온 할당량을 채우려면 설 전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사흘째 마케팅에 나선 노 지점장은 걱정만 태산처럼 쌓이고 있다.


"이미 다른 은행들이 한 바퀴 다 훑고 지나갔더라고요.


그나마 장사가 잘 되는 곳은 돈이 필요없다고 하고…."




노 지점장은 "이제 목동이나 화곡동 쪽으로까지 마케팅에 나서야 할 판"이라고 토로한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연체 관리에 비상을 걸었던 은행들이 올 들어 '대출세일'에 나서고 있다.


주 타깃은 소호를 포함한 중소기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수경기 회복으로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담보인정 비율 상향 등 대출 규정을 완화해 시설자금 대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4조9000억원을 중기 시설자금 대출로 배정해 놓았으며,산업은행은 노후시설자금 교체비용을 전액 무담보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은 은행들 모두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올해 31조원의 자금을 중소기업들에 새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18개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신규 대출 순증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14조1000억원)보다 120% 늘어난 규모다.


금융권에서 이 같은 자금이 중소기업으로 지원되면 내수경기 회복에도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은행권이 계획대로 자금을 풀지는 두고봐야 한다.


하지만 금융계는 "은행마다 중기대출 확대를 올해 최대 영업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실제 대출금액은 당초 목표치를 웃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은행권이 중기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마땅한 자금 운용처가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시장이 유망한 대출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감독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조치로 가계대출의 성장세는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수경기 호전으로 중기기업 신용리스크가 낮아지자 은행권이 중기대출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호대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국민은행은 지난 1~2년간의 디마케팅(de-marketing:부실여신 솎아내기) 전략에서 벗어나 대출 확대로 선회했다.


올해 중기대출 순증 목표 2조원 가운데 1조2000억원을 소호대출에 배정한 것.이를 위해 전국적인 채널망을 가동해 저인망식 영업과 함께 현재 180개인 소호대출 특화점포를 확대키로 했다.


기업은행도 올해 2조2000억원의 소호대출을 계획하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경쟁은 금리할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량 고객을 쟁탈하기 위한 은행 간 금리경쟁으로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회복의 신호가 더욱 뚜렷해지면 신용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우량 기업들에 대한 대출문턱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은행권의 중기대출 전쟁이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경기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003년 이후 내수경기가 급격히 침체되자 은행들은 앞다퉈 비우량 기업의 대출을 회수하면서 경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은행 자금공급→중기 자금사정 호전→내수경기 회복→기업 설비자금 수요 증대→은행 대출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예상될 것이란 설명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